민기는 차마 고개를 돌려 종현을 바라 볼수가 없었다. 민기 자신이 얼마나 무례했는지 알기에 더더욱. 엄연히 그럴 사이가 아님에도 뻔뻔하게 자는 사람을 덥쳤다. 원하는걸 받아놓고는 행위가 끝나자 마자 뒤도 안돌아 보고 노트북에 매달렸다.


눈치 빠른 종현이 민기가 왜 자신을 덥치고 있는지 알고 원하는 도움을 주었음에 분명하지만 무례했던건 맞기에 민기는 이걸 어떻게 사과해야 하나 고민했다.


순간 도망갈까. 고민도 들었다. 이내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 포기했지만. 민기는 마치 녹슨 로봇마냥 뻣뻣해진 고개를 돌려 종현을 바라 보았다. 미간에 깊게 패여있는 주름과 살풋 올라간 눈썹. 민기는 다시 고개를 노트북으로 돌릴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지..뭐라고 얘길 해야하지. 민기의 머리속이 뱅글 뱅글 돌아 기절할것만 같았다. 민기가 계속해서 쭈뼛거리자 종현의 인내심이 바닥난듯 했다.


"민기씨..거기 계속 그러고 있을거에요? 이리 올래요. 내가 갈까"


종현이 마지막 경고 인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용히 얘기하자 민기는 더는 회피할수 없음을 알았다. 이좁은 호텔방 안에서 도망쳐봤자 어디로 도망치겠는가. 그것도 이 새벽 시간에.

민기는 노트북을 조심히 테이블위에 내려놓고는 달달 떨리는 손을 붙들고는 침대에 앉아 있는 종현에게로 다가갔다. 민기가 다가오는걸 빤히 바라보던 종현은 민기가 침대 근처에 와서는 더 다가오지 못하고 쭈뼛 거리는걸 보고는 민기의 팔을 당겨 침대에 앉혔다.


"들어줄테니까 얘기해봐요"


민기는 속으로 종현이 참 착하다 생각했다. 자신이 무례하게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변명할 시간을 주겟다니. 민기는 종현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종현이 화를 덜낼까 고민하다가 슬금슬금 종현의 잠옷자락으로 손을 이동시켰다. 종현은 민기가 하는 모양새를 보기만 할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민기는 종현의 옷자락을 조심히 잡아 당기더니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어..그...그게요..잠이 일찍 깻는데..잠이 안와서 글이나 쓸까 하고 노트북을..켰는데.. 다 썻는데..딱 그부분만..못쓰겠..는 거에요..그래서..어..혼자 고민을 해보니까..그..음..그니까..아 ..챙피해..그 제가 키스를 해본적이 없어서..표현을 딱히..못하겟..더라고요..그래가지고..어..쓰고는 싶은데..어제는 너무..순식간에..상황이 지나가서..어..기억이 안나가지고..........."


여기까지 얘기하는데도 민기는 손가락 끝에 힘이 몰려 새하얗게 질렸다. 옷자락을 잡고있는 손가락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민기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다정한 종현이라면 여기까지만 말해도 이해해 주지 않을까 슬쩍 고개를 올려 바라보았지만 종현은 단호했다.


"기억이 안나서... 다음 말도 해야죠"


민기는 부끄러움과 미안함과 단호하게 쳐내는 종현에 대한 두려움등이 뒤섞여 숨이 꼴딱 넘어 갈것같았다. 그래도 끝까지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숨을 몰아쉬고는 말을 이었다.


"어......그...........기억이 안나서..쓰고싶은데..못쓰니까...미..칠거 같았어요...근데 종현씨가 보이니까.......음......그......저도 모르게......다시..해보면..기억이 나지 않을까..싶어서....어..미..미안해요..."


상황설명도 다했고 사과도 했는데 종현은 아무말없이 민기를 바라 보기만 했다. 민기는 그 분위기가 너무 숨이 막혀왔다. 사과가 부족한걸까. 어떻게 해야하지. 종현이 그냥 넘어가주었으면 좋겠다 등등 머리속으로 수천가지 생각이 오가는데 종현이 한숨을 내쉬더니 여전히 잡혀 있는 제 옷자락을 민기의 손에서 빼내었다. 불안한 마음에 붙들고 있던 옷자락을 빼앗기자 민기의 손이 허공에서 어쩔줄 몰라하며 헤맸다.


종현이 그런 민기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잡아 주고는 눈을 마주쳐 왔다.


"민기씨..지금 나 화나 보이죠"


"네................."


"그럼 왜 화났는지도 알아요?"


"어..............덥쳐서?.........."


"아닌데. 그건 좋았는데"


종현의 대답에 민기의 손가락이 움찔 굳었다. 종현은 긴장한듯 굳은 민기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내가 전에도 어제도 계속 얘기했던거 같은데...글쓰는데 필요한건 도와준다고 얘기하라고 했던거 기억나요?"


"네............"


"어디까지나 그말은 그런 도움이 필요할땐 나한테만 얘기하란 뜻이였어요. 무슨말인지 알겠어요?"


"............................"


민기는 종현이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런 도움은 키스했던걸 얘기하는건가. 종현한테만 말하라는건 또 무슨 소리일까. 민기가 이해가 되지않아 종현을 멀뚱히 바라보자 종현은 미간을 찌푸린채 민기의 손가락을 만지며 장난을 걸어왔다.


"하..민기씨가 이런식으로 반응하면 곤란해요. 내가 나쁜사람 같잖아"


민기는 종현이 하는 말이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종현이 하는 말이 무슨뜻인지는 알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제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는 종현의 손을 잡아 당기며 말했다.


"어..정말 미안한대요 종현씨..내가 이해가 잘 안되서 그러는데..음...설명을 조금만 더 해주면..안될까요"


민기가 쭈뼛거리며 종현의 손가락을 꼭 쥐자 종현은 가만 민기를 바라보다 입꼬릴 올려 빙긋 웃더니 민기에게 입을 맞추었다. 쪽 소리가 나도록 입술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민기의 표정을 살폈다. 민기의얼굴이 달아 오르는걸 보더니 종현은 아예 민기쪽으로 몸을 기울여 민기의 입술사이를 파고 들었다. 갑자기 키스해오는 종현에게 놀랐지만 민기는 종현을 거부하진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키스해오는데 싫을리가.


종현이 민기의 입술을 핧으며 옷속으로 손을 넣어왔다.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제 살을 쓰다듬자 민기가 화들짝 놀랐다. 종현은 그제서야 손을떼며 민기에게 물었다.


"싫어요?"


"어.....................그..그게....."


민기는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라 말을 끝맺지 못했다. 종현이 하는게 뭐가 되었든 싫을리가. 손길이 싫은건 아니였는데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몰라 쉽사리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종현은 무슨 생각인지 빙글 웃더니 민기에게 몸을 떼내어 다시 침대위에 앉았다. 민기가 종현을 따라 앉자 종현이 다시 민기의 손을 잡아 왔다.


"민기씨"


"네..."


"민기씨는 키스신이 쓰고싶은데 안쓰였단 말이에요. 근데 이방안에서 자고있는게 내가 아니면 그랬다면.. 어쩔거였어요?"


"네?"


"내가 화난건 왠지 자고 있는게 내가 아니여도 덥쳤을거 같이 절박해 보였거든요. 민기씨에게 글쓰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는 모르겟지만 이해는 하고있어요. 그안에 민기씨가 하고픈 얘기를 담고 있다는것 정도는. 그런데 부족한 경험에서 나오는 표현의 부재를 경험하겟다고 마음먹은것도 좋고 자는 날 덥친것 까진 좋은데. 내가 아니 였어도 덥쳤을거 같아서 화나요"


민기는 뭐라고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니 정신나간놈같고 아니라고 하자니 제마음을 대놓고 얘기하는거나 마찬가지라 쉽사리 대답을 골라 낼수가 없었다.

민기가 대답을 못하고 있자 종현이 다시 잡고 있던 손가락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왜 좀전에 내가 키스할때 거부 안했어요?"


"............................."


민기는 속으로 화를 냈다. 너같으면 거부하겟냐! 그러다가 아차 싶었다. 거부했어야 맞는 거였다. 종현의 마지막 키스는 목적이 없었다. 핑계가 없는 키스를 아무런 서스럼 없이 받아 들였으니 종현이 의심을 할수밖에. 민기의 예상이 맞았는지 종현이 입꼬리가 좀더 올라갔다. 종현은 여전히 민기의 손가락을 매만지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대답 안할거에요?"


민기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얼어 있자 종현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얼굴로 민기에게 되물었다.


"무언가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게 되면 누구한테만 말해야 하는지 이해 됬어요?"


민기가 대답도 못하고 얼굴이 빨갛게 물들자 종현은 평소처럼 다정한 얼굴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또 빨개졌네. 내말뜻 이해한걸로 알까요.아님 적나라하게 설명해줄까요. 모르겠으면 지금 알려줄수도 있을거 같은데"


"아..알아 들..었..어요.."


민기가 떨리는 심장을 붙들고 겨우 대답하자 종현이 다시 다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왜그래야 하는지도 알아요?"


"............................"


민기가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하자 종현은 민기의 손을 그러잡고 민기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세상에 어떤 남자도 자기가 관심 없는 사람이 일하러 가는 여행에 도움주러 따라 와주진 않아요. 휴가까지 반납하면서. 친절한 행동도 의도가 있는 스킨쉽도 질척한 키스도 그다음을 생각하게 하는 뜻이 담긴 말도. 그걸 나한테만 얘기해야 한다고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지도 않고"


민기는 지금 자신이 듣고 있는 말이 제대로 듣고 있는 것인지. 종현이 말하는 뜻을 옳게 해석하고 있는건지 머리속으로 들어오는 단어들이 잘못된건 아닌지 제대로 해석되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잡혀있는 종현의 손가락만 꼭 쥐자 종현이 할수없다는듯이 한마디 더 붙였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어쩔수 없죠. 오늘 숙제에요. 내말뜻 이해 했나 못했나 저녁에 검사할거에요. 아침먹으러 갈까요?"


종현은 민기에게 잡혀 있던 손을 빼내고는 씻을 요량인지 욕실로 들어갔다. 홀로 남은 민기는 얼굴이 곧 타올라 없어질것마냥 붉게 달아 올랐다.

지금 내가 뭘들은거야. 맞아?진짜? 정말? 그럼 다정하게 대해준것도 원래 다정한게 아니라 나한테 마음이 있어서 그런거였어? 진짜로? 


민기는 점점 빨라지는 심장 박동수가 주체가 되질 않았다. 이러다 터지면 어쩌지 싶을 정도로 빨리 뛰었다. 빠르게 뛰는 심장에 손까지 부르르 떨려왔지만 입가에 실룩실룩 매달리는 미소만은 어쩔수가 없었다. 종현의 설명은 민기 자신같이 둔한사람도 눈치 챌만큼 친절한 설명이였다.


전혀 생각도 해보지 않은 전개라 민기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냥 혼자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을때와는 느껴지는 감각이 달랐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음..근데 그러면 뭐가 어떻게 되는거지 내가 종현씨를 좋아하고 있는데..? 종현씨도 내가 조금은 좋은거 같으니까?음....그다음엔 뭐가 어떻게 되는거야...........?


연애세포란게 없는 민기에게 종현이 남긴말은 다시 알쏭달쏭 수수께끼 같아 졌다.

그니까 뭐 뽀뽀나 키스나 그런거...나..가 필요하면 다른데가서 알아볼 생각하지말고 자기한테 말하라는 거잖아..? 왜 그래야 하냐면..음............어 뽀뽀나 키스나 그...그런걸 하는 사이가............??


민기는 아무래도 오늘 이 호텔에서 숨을 멎을 예정인가 보다. 종현이 일부러 혼자 깨달으라는듯 남긴 수수께끼의 답을 생각하다가 민기는 숨쉬는것도 잊을정도로 놀라 급하게 숨을 몰아 쉬어야 했다.


요즘 매일 쥐어 뜯기고 있는 민기의 머리카락이 어김없이 쥐어 뜯기고 있었다. 민기가 감당할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라 퀭한 얼굴로 침대에 머리를 대고 주저앉아 여전히 거세게 뛰는 심장을 부여 잡으며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종현씨가 원하는 답이 무얼까. 


종현이 원하는 답을 주고싶은 마음만은 가득한데 그게 뭔지를 모르겟어서 답답했다. 연애를 안해본것과는 별개로 대놓고 둔한 자신이 답답해져 왔다. 뭐라고 대답해야 종현이 환하게 웃어줄까 싶어서.












민기의 머리속에는 하루종일 그생각 뿐이였다. 종현이 원하는 정답이 뭘까.

여행을 와서 고민을 하느라 여행에 집중을 못할거라고는 생각 못해봤지만. 눈에 안들어 온다. 아무것도

종현이 짜놓은 일정표들은 정말 연인과 함께 올만한 곳들이였고 글쓰는데 많은 도움을 준것도 사실이지만 오늘만큼은 도저히 집중을 할수가 없었다. 머리속에 종현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그생각만 계속 맴돌고 맴돌아서.


점심을 먹으며 고민했다.  차라리 원하는 대답이 무어냐 물어볼까. 그러나 종현이 알려줄것 같진 않았다.그럴거였으면 숙제도 안냈겟지.


간식으로 맛있다는 와플과 진한 초코음료를 먹으러 가면서도 먹는둥 마는둥 하루종일 구름위에 붕떠있다가 정신을 차려서는 숙제의 답을 생각해냈다가 하기를 반복했다.

물론 종현이 중간중간 불러도 정신을 못차린건 당연지사. 이번에도 종현이 불렀지만 민기는 정신이 나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종현은 그런 민기를 가만 바라보다 눈을 가늘게 뜨고는 주변을 살폈다. 조용하고 한적한 카페는 평일 이른 오후여서 인지 2층에 종현과 민기의 테이블 말고는 비어 있었다.

종현은 멍때리느라 바쁜 민기의 무릎을 톡톡 쳤다. 민기가 한템포 늦게 반응하며 종현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종현이 말갛게 웃으며 민기에게 입을 맞추었다.


챙그랑.


민기의 손에 들려있던 포크가 떨어지자 종현은 새걸 가져다 주겟다며 일어섰다. 한마디 하는건 잊지않고.



" 계속 넋놓고 있으면 다음번엔 뭐가 될지 몰라요"







by.렌제이의 사생활

렌제이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