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는 결국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뒤에 1층으로 내려왔다. 그러고도 종현을 보자 다시 얼굴이 빨개졌다.

종현은 그런 민기에게 능청스럽게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평소처럼 대해서 민기만 혼자 속이 바싹 말라갔다.


종현이 급하게 찾아낸 맛집은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갔더니 문을 닫았다. 할수 없이 다른식당을 갔는데 너무 맛이 없었다. 덕분에 민기는 불만을 뱉어내느라 민망했던 오전을 까마득히 잊을수 있었다. 종현도 민기도 둘다 먹는둥 마는둥 서둘러 가게를 나섰다.


"완전 맛없어요. 제주도와서 처음이야 이렇게 맛없는거"


"그러게요. 하필 문을 닫아서. 간식이라도 좀 먹을래요?"


"아뇨 입맛을 잃었어요. 우리 오늘은 어디가요? 일정표 호텔에 놓고 왔어요"


"어짜피 오늘은 일정표에 있는곳 말고 다른데 가려구요. 시간이 좀 애매해서"


"어디가는데요?"



차에 타며 민기가 물었지만 종현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씩 웃기만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자 민기는 뭔가 쎄한 느낌을 받았다. 이름부터 러브랜드. 거기에 입구 근처에서  풍겨오는 성인 어쩌고 하는 것이 어째 영. 께름칙 했다. 민기의 예상은 정확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방군데에서 시야를 찔러오는 감당되지 않는 동상들과 표지판등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제주도에 이런데가 있었어!?!? 민기는 차마 제대로 쳐다보기도 민망했다.


"아니 뭘 이런데를.."


"일정표 뒤에 여기 리뷰도 내가 넣어뒀었는데 못봤어요? 여기 연인들한테 인기1순위 래요. 연애를 시작했으면 이런데도 와봐야죠? 그래야 서로의 취향도 파악하고 진도 나갈 타이밍도 재보고 하죠"


종현이 마치 선생님에 빙의한듯 말그대로 가르치듯 설명하였으나 민기의 머리속에는 아무말도 들어오지가 않았다. 물론 지금 제가 써내리는 소설속에 연인은 여행을 갈예정이긴 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여행을 함께 하며 나누는 교감에 대해 쓸생각이였다. 자신이 종현에게 설명을 안했나 싶어 민기가 입을 열었다.


"아..아뇨 전 그냥 두 남녀가 여행을 통해서 서로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기 시작하는걸 쓰고싶었던건데..어음.."


"민기씨. 요즘은 미성년자도 그렇게 데이트 안해요"


종현이 생긋 웃으며 말하는 진실에 민기는 움찔 굳었다.민기에게 있어 주고 받는 연애감정을 써내리는건 어려울수 밖에 없는 부분이였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적이 없으니 상상으로만 그려내야 했다. 그런 민기에게는 소설안에서의 두사람의 여행이 그저 감정이 깊어지는 내용으로 연결될수밖에 없었다. 


현실적으로는 감정이 깊어짐에 육체적인것을 아예 배재할수는 없는것도 맞았다. 다만 민기가 경험이 없는 두사람의 스킨쉽이나 애정표현등에 대한걸 표현해낼수가 없었을뿐. 상상력이란 어디까지나 현실관계에서 있을법해야 읽는 사람이 떠올릴수 있기때문에 종현의 말이 틀린게 아니라 민기는 뭐라 반박을 할수가 없었다.


"그치만 내가 경험이 없으니까 그이상은 쓸수가..상상으로 쓴다고 해도 어느정도는 경험이 있어야 바탕으로 쓰잖아요. 아 그냥 그부분은 뺄까. 근데 그러면 연결이 안되는데.뭘 어떻게 시작해야하는거야"


민기가 구경은 뒷전이고 머릴 쥐어뜯으며 고민하자 종현은 몰래 웃다가 문득 기억나는게 있었다. 종현은 얄굿은 미소를 달고 민기에게 말했다.


"뭔데요? 전에 내가 도와준다고 했던거 기억 안나요? 내가 도와줄게요. 그 커플은 여행하면서 뭐할건데요?"


"아 여행 마지막날 키스신이라도 넣을까 말까 했.........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민기는 별생각없이 제가 생각해놨던걸 얘기했다가 종현이 앞서 말한걸 그제야 이해했다. 민기가 무얼 상상한건지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말도 차마 끝맺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며 얼어버렸다. 종현은 더놀리고 싶었지만 여기서 더놀렸다가는 민기가 화를 낼거 같아서 그저 아~ 그렇구나~ 하고는 앞서 걸어갔다. 


뒤에서 얼은채 움직이지도 못하는 민기를 그냥 둘까 하다가 그만 놀리기로 마음먹었다. 민기는 얼굴이 터질것처럼 빨갛게 익어서는 꼼작도 못한채 서있었다. 종현은 차마 입가에 미소는 못지운채 민기의 옆으로 다시 갔다.


"정신 차려요 민기씨. 우리 아직도 입군거 알아요?"


종현은 어버버 거리는 민기의 어깨를 감싸 박물관 안으로 입장했다.


종현은 야한게 많다는 후기를 보았음에도 큰기대를 하지 않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시시해서 이게 뭐야 같은 심정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건 종현만의 생각이였는지 민기는 멘탈이 나간듯 종현이 끌면 끄는대로 밀면 미는대로 휘적대며 걸었다.


종현은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는 민기를 벤치에 앉혀두고 커피를 사러 가까이 보이는 매점처럼 보이는 건물로 다가갔다. 옆에는 간단한 빵과 음료를 팔았는데 이름부터가 거시기빵이였다. 참 머리 좋다 웃으며 민기에게 장난칠 요량으로 빵을 사들었다. 음료를 주문하는데 판매하는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 왔다.


"애인은 어따두고 혼자 사러왔데?"


"벤치에 앉아 있어요. 민망 했는지 정신을 못차리네요"


"아이고야~ 수줍음이 많나 보네. 이옆에 가면 좋은거 많이 팔어. 애인이랑 왔으면 사가꼬 가~혹시 아나 애인 수줍음이 좀 사라질지~오호호호호호"


장난기가 가득 서려있는 아주머니 말에 호기심이 든 종현은 음료를 사들고 정말로 근처에 있는 매장을 들어가 보았다. 딱히 써볼일이 없던 수많은 제품들이 가득했고 구경하는 커플들도, 부끄러워 하며 구매해가는 커플들도 보였다. 종현은 별걸 다파네 세세히 구경하다가 민기를 골려줄 생각에 재밌게 생긴걸 골라 사들고는 민기가 앉아 있는 벤치로 돌아갔다.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는 민기에게 음료를 건네 주고는 멘탈회복을 시켜주겟다며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와 어딜가도 사람이 넘치던곳들을 지나 정말 작고 한적한 해변앞에 차를 세웠다. 아직 멘탈회복이 덜된 민기를 밖으로 이끌어 바닷가 앞으로 데려가서는 시원한 바닷가를 구경하라고 내버려 두었다.

종현은 종종 사진도 찍어가며 민기가 정신을 차리길 기다려 주었다. 한참만에 정신이 돌아온건지 퀭한 눈으로 배고파요 외치는 민기에게 종현은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로 아까 사두 었던 간식을 주었다.


".........이게 대체........."


"놀리고 싶어서 산거 맞긴한대 배고프다면서요 지금 먹을거 그거밖에 없어요 맛은 있더라구요"


"먹어봤어요?........."


"네. 점심을 하도 어설프게 먹었더니 배고파서 사면서 먹었어요. 따듯할때 먹어야 더맛있었을텐데. 아까 줬다간 기겁했을거 같아서"


종현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어 민기에게 빵 봉투를 내밀었다. 민기는 키득거리는 종현이 얄미웠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피폐해서 배가 고파왔다. 눈앞에 보이는 남자의 성기모양을 한 빵을 꼭 먹어야 하나 고민이 들긴했다. 그러나 종현도 먹었다는 말과 허기에 지쳐 한입 베어물었다.


"어 그러네요. 식었는데도 맛있네요"


"와.......민기씨 되게 야하네. 그런걸 입에 물고 그런말을 하면........세상에나"


제입으로 놀리려고 샀다더니 결국 한마디를 보태는 종현의 깐죽거림에 결국 민기의 이성이 날아갔다.


"이거 종현씨가 사온거거든요! 사온 사람이 할소리에요 그게!! 오늘 거기 간것도 나 놀리려고 데려간거죠!!! 진짜! 누군 뭐! 모태솔로 하고 싶어서 하나! 계속 꼬였던걸 어쩌라고요! 오늘 아침부터! 내가 연애 못해본게 종현씨한테 피해 준건 아니잖아요! 계속 놀릴거에요!? 아씨! 이와중에 빵은 왜 맛있고 난리야!! 짜증나! 망측하게 생겨가지고!"


민기는 제가 뭐라고 내뱉는지는 알고 말하는지 분노를 이기지 못한채 씩씩대며 빵을 씹으면서 종현에게 성을 냈다. 종현은 뭐가 재밌는지 입술에 웃음을 달고는 씩씩대는 민기에게 대답했다.


"민기씨 화내는거 첨봐요"


"그러니까요! 오늘 진짜 너무 못되게 구는거 알아요!? 내가 뭐 잘못했어요?!아니!!잘못했대도 그렇죠! 이런식으로 사람 놀리는게 어딨어요! 나한텐 약점인데!"


바닷가를 향해 앉아 성을 내다가 결국 화를 못참고 종현에게 고개를 훽 돌린 민기가 한마디 더하려 입을 열었지만 말이 이어지지는 못했다.

입술위로 따듯하게 닿아오는 감촉에 민기는 손에 쥐고 있던 빵을 툭 하고 떨어트렸다. 따듯한 혀가 민기의 입술을 부드럽게 핧아내다 떨어져 나갔다.

갈곳잃은 눈동자가 종현을 바라보다 이내 상황을 깨닳았는지 지진이라도 난것마냥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흔들렸다. 종현은 그런 민기의 반응을 가만 보다가 씩웃으며 한마디 해주고 일어섰다.


"키스신은 이걸로 쓰고. 그빵은 안먹는걸로. 나쁜생각 드니까"







민기는 그날 호텔로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나질 않았다. 바닷가에서 종현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기억이 모두 도망갔다. 또 새벽4시였다. 눈을 뜬 민기는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티테이블위에 얹어진 노트북을 끼고 쇼파위로 올라갔다. 어제의 충격은 충격이고 민기는 맘이 급해졌다. 종현이 도와준다는 뜻에 그런 도움까지 포함된줄은 몰랐지만 어쨋거나 종현덕에 풀어내지 못할것 같았던 부분을 어떻게 써내려야 할지 감이 잡혔다. 그리고 이걸 까먹기 전에 적어놔야겟단 생각에 노트북을 켰다. 


한참을 적어내리던 민기의 손이 갑자기 멈추었다. 어제의 충격이 너무 강했는지 가장 중요한 장면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거라곤 제 입술에 닿은 느낌이 부드럽고 따듯한 느낌이 났다는것밖뿐. 


민기는 머리털을 죄다 쥐어 뜯고 싶어졌다. 어떻게 생긴 경험인데!! 기억이 안나면 전부 무슨소용이야!!

민기는 당장 눈앞에 현실이 급급해서 그게 자신의 첫키스 였다는것과 자신이 좋아하고있는 종현과 했다는것은 생각조차 못하고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할만큼 놀라서인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건지는 모르겠지만.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민기는 노트북을 덮었다. 아무리 생각해 내려 해도 생각이 안났다. 어떤느낌이였는지 생각이 나질 않으니 글이 써질리가 만무했다. 차라리 아예 못쓰면 모를까 쓰려다 말려니 답답함이 몰려왔다.


한줄의 글도 써지지 않아 폐인처럼 노트북을 펼쳐놓고 쳐다보기만 하며 지냈던 2년 가까운 시간동안 글이 얼마나 쓰고싶었던가. 최근 1년 짧게나마 글이 써질때마다 제자신이 얼마나 기뻣었는지 아무도 모를거다. 


입으로 내뱉는 말로 표현하는데 서투른 민기에게 글로 써내는건 어쩌면 유일한 표현수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민기에게 한줄도 써지지 않았던 시간은 지옥같은 시간이였다. 최근 1년동안 뭐라도 쓸수 있음에 숨통이 트였고 요 세달사이에는 제대로 된 글이 써져서 오랫만에 사람답게 사는것 같아 매일이 소소하게 행복했다. 다시 글이 안써지자 민기는 서러움이 밀려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얼마만에 느껴본 행복인데.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글이 안써지는 것 자체가 견딜수가 없었다. 다시는 겪고싶지않아. 쓰고싶다. 하얀 화면 위에 그게 뭐였는지 적어 내리고 싶어. 민기의 머리속에 그생각만이 떠돌았다.

그러다 문득 종현이 아직 잠들어 있음이 떠올랐다. 어쨋든 느낌만 알아보면 되는거니까 종현이 자는 틈을 타 한번만. 딱 한번만.


민기는 당장 글을 써내려가고픈 욕망에 다른 생각이 아예 들지 않을만큼 여유가 없었다. 조금만 제정신을 유지 했다면 곧 종현이 깰 시간이란걸 알았을텐데. 노트북을 내려놓으며 뚝뚝 흘렀던 눈물조차 닦아낼 생각도 못하고 침대로 다가가 잠들어 있는 종현이 깨지 않게 조심스레 올라 탔다. 


혹여나 몸이 닿으면 깰까 두팔로 무릎으로 몸을 지탱하자 몸이 덜덜 떨려왔다. 자는 사람을 덥친다는 죄책감. 들킬까봐 오는 두려움과 종현에 대한 미안함까지 한번에 몰려와 숨이 턱턱 막혀왔다.


조심스레 종현의 입술 위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대자 여전히 따듯하고 부드러운 느낌말고는 아무느낌이 없었다. 민기는 답답해졌다. 분명 아까 이느낌말고 무언가 다른 느낌이 존재했었는데. 뭐였지.


자는사람까지 덥쳤는데 얻어낸게 고작 이거라니. 울분과 서러움이 뒤섞여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와중에도 종현에게 드는 미안함 때문에 민기는 조심히 몸을 일으켰다. 아니 정확하게는 일으키려 했다.


"덥칠거면 제대로 덥쳐야지"


언제 깻는지 종현이 눈도 뜨지 않은채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 왔다. 민기가 놀라 몸을 일으키려 하자 종현이 민기의 목덜미를 잡아 당겨 입을 맞추었다. 부드럽게 닿아오는 제입술 위로 닿아오는 입술에 놀라 입이 벌어지자 안으로 파고 드는 미끈한 느낌에 몸이 살짝 얼었다. 제집인양 유영하는 종현의혀가 제 혀를 쓸어낼때마다 손끝에 정전기가 일어나듯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정전기 같은 감촉이 심장으로 모여드는지 터질듯이 울리는 심장박동 소리가 민기의 귓가에서 울리는듯 착각이 일었다. 종현이 숨쉴 시간조차 주지 않고 헤엄을 멈추지 않자 민기가 버티기 힘든지 팔에 힘이 빠져 갔다. 부들거리며 힘겹게 버티는 민기의 팔을 쓰다듬어 주며 종현은 그제서야 제 입술을 떼네어 주었다. 타액에 젖어 반질 거리는 입술을 혀로 핣아 올리며 그때까지 붙들고 있던 목덜미에서 손을 떼내어 주었다.


민기는 종현이 손을 떼자마자 몸을 일으켜 쇼파로 달려가 덮어 두었던 노트북을 펼치고는 마치 미친사람마냥 머리속에 떠다니던 글자들을 모두 모아 화면위에 적어 내려 갔다. 


종현은 아직 잠이 덜깬 눈으로 민기가 하는양을 가만 지켜보았다. 한참을 적어 내리던 민기가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붙들어 가며 노트북을 닫는걸 보고서야 종현은 민기에게 말을 걸었다.



"다썻으면 이제 나한테 할말이 있을거 같은데"







by.렌제이의 사생활



렌제이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