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 좋아해요?"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 남자는 민기의 몰골이 엉망인게 분명할텐데 개의치 않고 가게로 이끌었다. 심플한 케익 한조각과 달큰하게 우려낸 과일향이 짙은 홍차 한잔을 민기에게 내밀어 주었다.

민기는 술도 덜깨서 몽롱한 정신으로 남자가 제앞에 놓아준 케익과 홍차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지친마음을 위로 받는듯 따듯한 기분이 민기를 감쌌다.


"우산 빌려줄게요. 나중에 언제가 되었든 생각 나면 가져다 줘요"


남자가 빌려준 우산을 쓰고 집에 무사히 도착한후 민기는 하루를 꼬박 잠들었다. 눈을떠 자신의 몰골을 보고는 헛웃음이 났다. 이런 거지꼴을 하고 돌아다니다니. 그리고는 자신에게 따듯하게 대해주었던 그남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가게를 다시 찾아가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기억이 가물거렸다.


민기는 인터넷으로 이태원의 홍차와 케익을 파는곳을 검색했다. 그러다 외국에서 오래 있다온 젊은 총각 둘이 하는 가게라는 글을 보았다. 민기가 찾던 그곳이였다.


2주나 지났지만 민기는 빌려 받았던 우산을 챙겨 외워두었던 가게 약도를 더듬어 도착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곳였어도 평소 다니던 길과 정 반대 방향이여서 이쪽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조심스레 가게로 들어가 남자와 마주햇을때 민기의 심장이 두근거려왔다. 긴장감일까. 민기는 떨리는 손을 그러잡고 안으로 들어섰다. 감사인사를 전하고 케익과 홍차를 주문한뒤 자리에 앉아 케익을 입에 넣자 민기를 비오는날 느꼇던 것처럼 따듯한 기분이 들었다. 


질좋은 바닐라 빈을 가득 으깨 넣은듯 향긋하게 퍼지는향과 진한 바닐라가 느끼할까봐 레몬을 그리고 상큼함을 더한 애플류의 시럽이 가미되어 입에 감돌자 정말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남자가 얘기한 크림레시피은 민기의 취향에 잘 들어맞았다. 


그리고 도움받았던 남자에게 감사함을 전할 방법을 찾은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민기는 케익을 먹던 손을 놓고 항상 들고다니는 노트북을 켰다.


가게의 약도와 오늘 두번째 먹게된 케익 그리고 홍차의 사진과 함께 이케익을 맛보게된 사연도 같이 적어서 글을 올렸다. 부끄러우니 자신의 글을 읽고 찾아왔단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는 말과 함께.


민기는 꽤나 유명한 맛집 블로거였다. 여행을 다니며 책에 넣지 못한 맛집을 소개하려고 시작했는데 작가가 직접 다녀본곳만 진솔하게 적어 올리는 후기는 사람들의 신뢰도가 높아졌다.


민기가 먹고간 메뉴를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었고 민기도 그걸 알게되어 쉽게 글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남자의 케익은 사심을 담지 않아도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민기 역시 자신을 위로한 맛있는 디저트를 먹기 위해 단골이 되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이제와 다시 생각해 보니 자신은 맛있는 케익과 디저트도 좋았겟지만 친절하고 다정한 그남자가 자신에게 주문한것을 가져다 줄때 지어주는 미소가. 가끔 신제품을 만들면 저에게 맛보여 주는 그 별것아닌 친근감이 좋았던듯 하다.


쓰고 싶어도 글이 써지지 않았던 시간을 지나 디저트를 먹으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민기는 어느순간 문득문득 떠오르는 문구들. 혹은 머리속을 파고 들어오는 노랫말들이나 짧게 짧게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꾸준히 적었다. 그래서 매일 디저트샵으로 출근했다. 뭐라도 쓸수 있다는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수 있을것만 같아서. 미각을 사로잡은 달콤함이 제자신을 위로하는줄 알았더니 자신을 위로한건 다정한 미소였구나. 민기는 한숨과 미소가 동반했다.


그 다정함에 위로받았지만 그 다정함에 다시 상처받겟지. 민기는 기분이 이상했다. 언제나 뒤늦게 알아챈 사랑은 말해보지 못한 후회로 남아 가득찬 마음을 홀로 쏟아내야 했다. 

나누지 못하는 마음을 홀로 온전히 감당하는것이 힘겨워서 다시는 마음을 내어주지 말아야지 했으면서 또다시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안쓰러웠다. 


돌려받지 못할 감정의 댓가를 알고 있는데 왜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 이렇게 4번째 찾아온 사랑도 혼자 앓다가 끝나겠구나 싶어진 민기는 약간 오기가 생겼다. 매번 스스로 깨닳았을땐 마음을 전해보기 조차 늦었었다. 이번에는 먼저 알게 되었으니 차라리 온마음을 다 던져 좋아해 보리라 마음 먹었다. 

전하고 싶은 마음의 길을 알았으니 원하는 만큼 좋아해 보다가 끝이 나면 남아있는 마음이 주체되지 못해 아프진 않으리. 온마음 다해서 좋아해 보자고. 민기는 자신이 할수 있는게 그거 밖에 없구나. 실컷 좋아해 보다가 끝내볼순 있겟구나 그렇게 마음을 다독였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뭘 드릴까요?"


"음.. 어제 먹었던 블루베리파이 혹시 있어요?"


"그건 판매용이 아니라 못드려요. 대신 서비스로 드릴게요"


"아..아뇨. 어제도 얻어먹었는데 안되죠 그럼. 오늘은 애플타르트 주세요. 홍차랑 부탁드릴게요"


"네 잠시만요"



민기는 종현이 오기전 노트북을 세팅하며 또 떠오른 이야기를 빠르게 적어 나갔다. 그러다 멈칫 손이 멎었다. 궁금한게 생겼는데 검색을 해도 나오질 않았다. 잠시 고민하는데 종현이 다가왔다.


"주문하신거 나왔어요.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아 저기.."


"네?"


"그..혹시 민현씨 바쁘지 않으시면 인터뷰좀 해도 될까요"


"막 오픈해서 시간괜찮을거에요 잠시만요"



종현은 민현에게 다가가 민기가 인터뷰를 원한다는 얘길 해주었다. 글쓰는데 필요한것 같다고 도와주고 오라며 친절을 종용했다.


"아이고 알았다 알았어"


민현은 참 참견이 많다며 어련히 알아서 친절하게 할까 뭘 또 친절하게 대답해주고 오라고 잔소리냐며 민기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민현씨"


"안녕하세요. 우리 민기씨가 뭐가 궁금할까요?"


"아..실은 제가 새로 작업을 시작했는데 바리스타에 대한 내용이 좀 필요해요. 그런데 검색을 해도 안나오는게 있어서 바쁘지 않으시면 인터뷰 잠시 하고 싶은데 해주실수 있을까요"


"그럼요. 우리가게 최대 홍보자 신데 해드려야죠!"



종현은 주로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서 몰랐지만 손님들을 상대하는 민현은 민기가 소설가이자 유명 블로거라는걸 알고 있었다. 그가 종현에게 도움을 받은후 블로그에 글을 남겨 준 덕에 가게는 입소문을 탈수있는 물고를 트게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 감사인사를 한적도 있었다. 종현은 파이를 굽느라 몰랐지만.


민기와 민현이 온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종현은 멀직히 커피머신 근처 스툴에 앉아 그걸 가만 바라 보았다. 민기가 쓴다는 글도 궁금했고 바리스타에 대한 내용이 있다고 하는것도 궁금했다. 혹시 파티쉐에 대한건 안쓸까. 자신도 친절하게 알려줄수 있는데. 


그러다 핸드폰을 꺼내어 민기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몇권의 책이 검색되어 나왔고 그중에는 유명한 책도 있는듯 했다. 종현은 책목록을 모두 고른후 결제를 했다. 모두 읽고나서 싸인을 꼭 받아두어야 겠다고 다짐하며.


종현이 손님 몇을 상대하고 부족한 디저트를 더 만들으러 작업실로 들어가고 얼마후 민현이 작업실 문을 열었다.


"종현아. 민기씨가 잠깐 인터뷰 요청하는데 시간돼?"


"어 나갈게"


민기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바쁘게 무언가를 적느라 종현이 온지도 몰랐다. 맞은편 자리에 앉은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가만 보고 있길 몇분 민기가 퍼뜩 놀라며 종현을 쳐다보았다.


"아! 오셧으면 불러주시죠. 제가 또 너무 집중했네요"


"방해하기 싫어서요. 저도 인터뷰 해주시는거에요?"


"네? 아..네 . 음 ..글을 하나 쓰는중인데 이 까페를 배경으로 쓰고 싶어져서요. 혹시 괜찮으시면 주인공 모델로 잡아도 될까요?"


"가게를요?"


"아뇨. 그..사장님을요"


"아 저요? 필요하시다면 얼마든지요 근데 이름 알려드렸는데 왜 이름 안불러 주세요"


"그게 왠지 어색해서  하하.."


"뭐가 어색해요. 부르면 되죠. 안그래요 민기씨?"


종현이 장난스레 이름을 부르자 민기의 귀가 또 빨갛게 물들었다. 종현은 이런 소소한것에 부끄러워 한다거나 민망해하는 반응을 보는게 신선했다. 수줍음이 많구나.



"흠흠. 그럼 인터뷰 허락하시는 걸로 알고 녹음좀 할게요"


"이름 불러 주면요~"



놀리면 얼굴이 빨개질것 같아 조금 미안했지만 종현은 왠지 민기의 반응이 귀여워서 듣고싶어 졌다.

예상대로 민기의 볼이 벌겋게 번져 가더니 길죽한 손가락 으로 얼굴을 가렸다. 종현은 왠지 그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흠.. 종현씨 인터뷰 시작할게요"


"네~"



인터뷰가 끝나고 종현이 문득 생각났다는듯 물었다.


"아 근데 저만 주인공이에요?"


"아뇨 다른 주인공도 나올거에요. 힐링 물 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렇게 생각하시면 편하실거 같아요. 

최대한 멋있게 쓸게요"


민기는 속으로 콩깍지가 씌여서 멋있게 잘쓸수 있을거 같아요 라는 말은 삼켰다.


"힐링이라.. 무슨내용인지 궁금한데. 안알려 주실거죠?"


"네.. 이제 시작하니까 다쓰려면 멀었어요. 오늘 인터뷰 감사했어요. 이만 가볼게요"


"네. 들어가세요"




민기는 가게를 나와 오랫만에 서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파티쉐와 바리스타 그리고 마스터 티 블랜더에 관한 좀더 세밀한 정보가 필요했다. 걷는 발걸음이 이렇게 가벼울수 있을까. 민기는 콧노래라도 나올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오랫만에 글이 써지는것도 종현의 이야기를 마음껏 쓸수 있다는것도 좋았다.


 나중에야 어쨋든 민기는 현재를 즐기기로 마음먹었고 매우 충실히 이행중이였다. 작업을 핑계삼아 얼굴을 한번 더 볼수 있고 말한번 더 걸어볼수 있음에 민기는 제 직업이 사랑스럽기까지 할 지경이였다.

그리고 민기가 서점에서 열심히 책을 고르던 그시각. 종현은 드디어 가게가 갑자기 사람이 몰려든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니까 민기씨가  블로그를 하는데 내가 친절하게 대해준게 고마워서 가게 홍보글을 자기 블로그에 써줬다는 거야?"


"응. 난 니가 맨날 민기씨 디저트만 챙겨다 주길래 알고 있는줄 알았더니. 얘길 안했어? 허허 민기씨 부끄럼 되게 많네. 내가 처음에 손님한테 그얘기 듣고 감사하다고 했더니 그때도 얼굴 빨개 지더라고. 


가게앞에서 그러고 있던날 되게 힘든상황 이였대 심적으로. 그래서 종현이 니가 비맞고 있는 자길 안으로 데려와서 차우려주고 케익주고 앞에서 종알 종알 말해주고. 그게 그렇게 고마웠대. 자기도 이유는 모르겟는데 되게 따듯한 기분이 들었다더라. 


그래서 그순간이 너무 고마웠는데 네 케익이 너무 맛있어서 자기가 할수 있는 감사인사는 그걸거 같아서 글올렸었대. 나도 손님한테 블로그 얘기듣고 들어가봤는데 그 뭐라드라 파워블로거? 같은건가봐 사람들이 되게 많이 보더라고. 민기씨가 글하나 쓰면 다녀왔다고 댓글 같은게 막 달려"



"아..그랬구나. 몰랐어. 고맙다고 인사해야겟다"


"난 둘이 매일 아침마다 얼굴보니 당연히 알고 있는줄 알았지. 내일 당장 고맙다고 해. 우리 티타임 자리잡게 해준게 어떻게 보면 민기씨 덕이야"


" 응. 그러게. 근데 왜 인연은 나랑 있는데 난 아무것도 모르고 넌 다알고 있는거야?"


"니가 무심한 사람이라 그런거지"


"무슨말이야?"


"뭐랄까. 길가다 고양이 한마리를 봤어. 네 기분에 그고양이가 짠했단 말야. 그래서 밥을 챙겨줬다. 근데 그러고 나서 다음번에  그 고양이가 네앞에 나타나도 바라보기만 하지 손은 안내밀어줘. 고양이한테 밥을 한번 줬으면 계속 줘야지. 관심을 끊으면 안되는 법이야. 그고양이는 널 볼때마다 밥을 줄까 기대한다고"


"뭐야 그 비약적인 비유는"


"그렇다는거야. 네가 별생각없이 한번 베푼 친절이 누군가에겐 크게 다가갈수 있다는거지. 네가 원체 무심한 성격이니까 너한텐 그냥 지나가는 일이였겟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 큰 친절이였을수도 있다는 거야. 넌 그저 가게앞에 비맞고있던 민기씨가 안쓰러웠을 뿐이겠지만. 그당시의 민기씨에게는 너의 그 작은 친절이 생각외로 크게 다가선거지. 


민기씨한테 친절을 베푼건 너지만 그이후에 가게에 매일 찾아와도 너하고 마주한 시간은 아침에 디저트를 가져다 주고 나면 끝이잖아. 그외에 가게에 머물러 있는동안 얼굴 마주하고 대화 한건 너보다 내가더 많을걸? 


난 차리필 해주러 가서 차만 주고오는게 아니라 대화도 하고 해. 글써준걸 알게 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또 그러다가 몇마디 물어보면 대답해 주고 민기씨가 궁금해하는건 나도 대답해 주고. 그렇게 얘기하다보니 알게 됐어 우연찮게.


근데 나도 사실 이런얘기까지 알게 된건 얼마 안됬어. 뭐더라 무슨 얘기하다가 그얘기까지 나왔는데 기억이 안나. 근데 낯을 심하게 가리는건지 보통 나랑 이정도 안면트면 절친이 되어있었을텐데 아직도 민기씨는 데면데면해 하는것 같단 말이지.


종현은 민현의 설명에 기분이 묘해졌다. 민현이 민기와 대화도 해가며 자기가 모르는 친분을 쌓고 있었다 얘길 들으니 어쩐지 마음에 안드는 기분이 드는것이였다. 


예민한 고양이씨가 자기얘기를 했다라.







by. 렌제이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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