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는 요즘 기분이 매우 들떠있는 상태였다. 3년만에 글다운 글이 써지고 있다는 것도 행복했고 쓰고있는 글이 종현과 관련된 내용이니 핑계 삼아 힐끔거려도, 질문을 가장한채 말을 걸어 대화를 유도해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았으니까.


또 어찌 알았는지 블로그에 글올려준것에 감사하다면서 오늘 작은 선물도 받은 참이였다. 종현은 민기가 전에 맛있게 먹었던 블루베리 치즈파이를 커다란 틀에 가득 만들어 선물 해 주었다. 그래서 오늘의 민기는 기분이 평소보다도 더 들떠 있었다.


기분이 좋으니 글은 자연히 잘써졌다. 단어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었고 문장흐름도 마음에 들어 민기는 피식피식 웃기까지 했다.


"뭐 좋은일 있어요?"


"네? 아.. 오늘 글이 잘써져서요"


홍차를 리필해주러 왔던 민현이 물었다.


"아하. 종현이가 고맙다고 인사 했다면서요"


"네. 얘기안했는데 어찌 알았는지.."


"내가 얘기했어요. 잘햇죠!"


"감사 인사로 한건데요. 그래도 민현씨 덕분에 저 오늘 맛있는거 받았어요 고마워요"


민기는 진심을 담아 웃으며 말했다. 그러는 사이에 언제 다가왔는지 종현이 껴들었다.


"감사인사는 나한테만 해줘야지 왜 얘한테 해주세요. 내가 만들어 줬는데~"


"하하. 민현씨 덕에 얻어 먹게 되었으니까 민현씨한테도 고마워해야죠"


"참.. 저 소설 쓸때 필요해서 그러는데 혹시 일하시는것도 좀 볼수 있을까요?"


"나요 민현이요?"


"어..두분 다요"


"뭐 보여 드리면 되요?"


민현이 친절하게 물어왔다.


"커피내리는 장면이 필요한데 머신 말고 드립으로요"


"크 우리 민기씨 나한테 반하겟는데. 내가 또 드립 뽑으면 난리가 나요. 다들 반해~ 준비해 올게요~"



민현이 커피내릴 준비를 해서 민기의 앞에 앉자 종현은 민기의 옆으로 앉았다. 종현이 옆에 앉는 것만으로도 긴장되어 목소리가 잘못나올것 같았지만 민기는 호흡을 고른후 종현을 쳐다보았다.


"종현씨는 왜.."


"민현이가 반한다길래 진짠가 보려구요"


"야 김종현 사양이거든? 넌 가서 일해. 케익 안부족하냐"


"어 오늘 일찍나와서 다~~해뒀어. 빨리 해보기나 해. 안반하기만 해봐"


"넌 안좋은 쪽으로 사심이 가득 차서 안돼. 넌 제외!"


민기는 둘이 툭탁거리는게 조금 부러웠다. 나도 종현씨랑 저렇게 편하게 대화하고 싶은데 하는 마음에.


"민현씨 이거 혹시 동영상 찍어도 될까요?"


"그럼요 그럼요 자 그럼 시작할게요"



민기는 민현이 드립커피를 내리고 찾잔에 따라 내리는것까지 동영상으로 찍고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 동영상 나도 보내주면 안되요? 내가 어떻게 하나 보고싶은데"


"그럴게요. 음 이거 용량이 카톡으로는 전송이 안될거같은데 메일주소 주시면 첨부로 보내드릴게요"


"핸드폰 줘보세요. 파일용량 줄여서 보내면 대요"


"어떻게요?"


민기는 민현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민현은 파일을 찾아 뭔가를 하더니 본인 핸드폰으로 보냈는지 알림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됐다. 자 이렇게 동영상도 받고 민기씨 번호도 따고~내이름 저장 해놨으니까 내연락 피하면 안돼요~카톡보냈어요~"


"하하하. 알겠어요"


민기는 연락처명에 '어린왕자 민현님' 이라고 적힌 이름을 보고는 보고는 빵터졌다.


"왜웃어요~완전 잘어울리지 않아요?"


"어..뭐라고 말을 못하겠네요. 근데 제생각엔 어린왕자보다는 사막여우가 더..."


"아 여우는 안돼요. 평생 지겹도록 들었어!"


민기와 민현이 대화하는걸 가만 바라보고 있던 종현은 약간의 기시감 같은것을 느꼇다. 저번에 민현과 민기가 대화하는것을 보았을때도 느꼇던. 뭔가 알수 없는 묘한 기분. 민기와의 인연이라면 제게 있는게 맞는데 정작 자신보다는 민현과 서스럼 없는 민기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무언가 신경을 건드렸다. 뭘까?


마침 손님이 들어와 민현이 자릴 비우자 계속해서 자길 바라보는게 이상했는지 민기가 마주보았다.

종현이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자 민망 했는지 민기는 어색하게 웃었다. 종현은 그제서야 알것 같았다.

저  웃음. 자신을 볼때면 민기는 언제나 저렇게 어색하게 웃곤했다. 불편한게 있는 사람처럼. 민현과 자신을 대할때 드러나는 모션차이에 심기가 불편했음을. 종현은 자신에게 고개를 거두고 노트북을 만지작 거리는 민기에게 핸드폰을 건네었다. 민기가 의도를 몰라 쳐다보자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핸드폰 번호. 나랑도 놀아줘요"


종현의 말에 민기는 약간 당황한듯 했지만 별말 없이 종현의 핸드폰에 번호를 적어 주었다. 그걸 가만 보던 종현은 민기의 핸드폰을 가져가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였다.


"난 연락 씹히는거 싫어해요. 다 받아줘야대요"


종현은 웃으며 그말만 남기고 작업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제야 홀로 남을수 있었던 민기는 종현이 무엇이라 적었는지 보다가 얼굴이 햇살좋은 가을날 잘익은 사과마냥 빨개졌다. 민기는 종현이 들어간 작업실 문을 한참이나 쳐다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종현이 적은걸 다시 들여다보았다. 종현은 자신의 이름을 '비맞은 고양이 주인' 이라고 적어 두었다.






[뭐해요?]


종현에게 연락이 온건 핸드폰 번호를 건네주고도 몇일 뒤였다. 저녁을 일찍 먹고 글을 쓰다가 피곤해져서 씻고 나왔더니 10여분 전에 연락이 와있었다.


[씻고 나왔어요. 답장 늦어서 미안해요]


연락 씹히는거 싫어해요. 하던 말이 기억나 뭘했는지 적어 보내자 바로 답문이 왔다.


[미안하면 나랑 놀아줘요. 1층에서 봐요 10분 후에]


"???????????"


민기의 머리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응? 지금 10시도 넘었는데? 갑자기??? 씻고나와 머리도 말리지 않았는데 옷챙겨 입을 시간도 빠듯했다. 결국 머리를 포기하고 옷을 고르러 들어갔다. 뭘 입어야 하는거야. 

민기는 약간 멘붕 상태로 지갑과 핸드폰만 챙긴채 가벼운 옷차림으로 내려갔다. 밖에선 종현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의 시작이였지만 저녁엔 아직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런 머리말리고 나오죠. 감기걸리면 어쩌려고"


종현은 자신이 시간을 10분밖에 주지않은건 생각지 않은듯 민기의 젖은 머리를 걱정했다.


"금방 마르겟죠. 근데 이 늦은 시간에 뭐하고 놀아요?"


민기의 질문에 종현이 씩 웃었다.


"따라와요~"


종현은 민기를 자신의 차에 태우더니 행선지도 알려 주지않고 출발했다. 민기는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는채 종현에게 끌려 갔다. 종현이 차를 세운곳은 한강 주차장이였다.

종현은 차를 주차하고 내리더니 가까이 보이는 편의점으로 갔다. 그리고는 라면끓이는 기계에 라면을 두개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라면 먹으러 여기까지 온거에요?"


"네! 라면은 이렇게 먹어야 맛있어요"


민기는 웃음이 났다. 과거의 자신이 그랬다. 한강에서 먹는 라면이 그렇게 맛있었다. 왜그런지는 한참 후에야 알았고 그이후로 한강에 와서 라면을 먹어본적이 없었지만 말이다. 시원한 강바람이 부는 밤. 한강에서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먹는 라면은 오랫만에 먹어서인지 더더욱 맛있었다.


"종현씨 라면 엄청 잘끓이네요. 맛있어요. 역시 천재 파티쉐님은 손으로 하는건 다 잘하시나 봐요"


"기계가 끓인 라면에 무슨 그런 과찬을"


"전 음식은 정말 너무 못하거든요. 혼자산지 오래됬는데 아직도 라면 못끓여서 컵라면 먹어요. 재주가 없나봐요"


"으흠. 라면 먹고 싶으면 올라와요. 끓여줄게요"


"하하하하 말이라도 고마워요"



민기는 정말 오랫만에 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라면을 다먹고 나니 딱히 할게 없었다. 밤이 였고 자전거나 인라인 대여는 이미 끝나 있었다.

가볍게 산책을 하다가 차로 돌아가는 길에 인라인이나 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보았다. 민기가 가만 바라보는걸 보고는 종현이 물었다.


"스포츠 좋아해요?"


"아뇨 잘타길래 신기해서요. 완전 젬병이라 타는거 보면 신기해요. 전 자전거도 못타거든요"


"다음에 자건거 가르쳐 줄게요. 나 자전거 잘타요"



종현은 약속을 잡듯 얘기하고 차에 먼저 타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민기는 혼자 상기된 얼굴을 식히느라 바빳다. 데이트 약속을 잡는것 같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사이. 차안에서는 걸그룹의 밝고 신나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민기가 흥얼흥얼 따라부르며 핸드폰으로 뭔가 하는 모습이 종현은 귀여워 보였다.


"뭘 그렇게 열심히 검색해요?"


"아 여행지요"


"여행 가려고요?"


"직접 가는건 생각중이고 우선 자료가  필요해서 검색만 틈틈히 하는 중이에요"


"그것도 지금 쓰고있는글에 들어가는거에요?"


"네. 대체 사귄지 얼마 안된 커플이 갈만한 첫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요. 혹시 가본곳이나 생각해본곳 있으세요?"


민기는 어짜피 소설속에 종현이 가야할 곳이니까 종현이 가본곳으로 쓸 요량으로 물었다. 자신이 여행한곳은 주로 외국이라 막 사랑을 시작하는 커플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하물며 항상 짝사랑만 해오던 민기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 여행이란 경험이 있을리가. 그래서 종현에게 물었건만 종현은 오히려 되물었다.


"민기씬 가본적 없어요?"


민기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하다가 그냥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거짓말해서 나중에 탄로나면 그게 더 부끄러우니까.


"그러게요. 전 아직 데이트여행은 경험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건 잘 모르겠어요. 혼자 다녀와 보려고 하는데 장소도 못정하겠으니 큰일이에요.....민현씨한테 물어볼까"


민기는 종현이 여행지에 대해 대답을 안해주니 민현에게 물어볼까 싶어졌다.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춰선 사이 종현은 핸들에 고개를 기대고는 민기를 빤히 보았다. 종현은 자신에게 물어놓고 답을 주지 않자 바로 다른사람을 찾는게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도 하필 요근래 민기와 가까운게 눈에 보이는 황민현.

종현은 다루기 힘든 고양이를 보듯 민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하며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시선을 느낀 민기가 쳐다보자 종현은 그제서야 빙긋 웃었다.


"민기씨"


"네?"


"여행 나랑 갈래요?"


"...............예?"


순간 민기는 자신이 무슨말을 들었는지 파악이 되질 않았다.


"여행가려는 목적이 조사차 라면서요. 데이트 여행에 대한 조사인데 혼자 돌아다니면 둘이 같이하는걸 모를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같이가서 내가 알려주면 되죠. 뭐하고 놀아야 할지. 어때요?"


"어..........."


민기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대답을 못하고 있자 종현은 신호가 바뀐걸 확인하고 차를 출발시키며 말했다.


"장소는 제주도가 좋겠어요"





그리고 그뒤로 몇일동안 민기는 종현이 한말에 기분이 날아올랐다가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가 롤러코스터를 탄듯 왔다갔다 했다. 이제서야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 어색한 사이인데 여행이라니!?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으니 더더욱이나 어색할게 분명한데 어쩌지?

그래도 여행을 같이 가자고 하다니 너무 좋아! 근데 종현이 친절한 성향을 가졌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너무 쓸데없이 아무데서나 막친절한거 아니야! 

민기는 혼자 화도 냈다가 같이 가자고 한말에 설레였다가 그렇게 몇일이 지났다. 


몇일이 지나는 동안 별얘기가 없자 민기는 그제서야 저혼자 너무 앞서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지나가는 얘기로 한 말일수도 있는데 경험없는 제자신이 뭘 몰라도 너무 몰라 멀리 혼자뛰어갔구나 싶어 부끄러워 졌다. 


민기는 그뒤로는 종현의 여행얘기를 기억에서 지운채 다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여행잡지를 사서 보기도 하고 여행기를 찾아보기도 하며 몇일을 보냈다. 장소는 종현이 말한 제주도를 쓸 예정이긴 했지만

사실 제주도를 가본적 없는 민기로써는 실제로 한번 가봐야 겟단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래서 혼자 제주도 여행을 많이들 가는지 검색해보았더니 생각외로 혼자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심을 했다가 커플여행지와는 또 장소들이 달라 고민했다. 게다가 제주도는 차없이 가려니 여행이 힘들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민기는 운전먼허부터 따야하나 고민 하며 자료들을 뒤적이고 있었다.


"여행 가시려구요?"


"아.....네 조사차 다녀와야 할거같아요"


"제주도 가시게요? 제주도 좋죠~지금가면 사람이 많은게 문제지만"


"네. 제주도가 좋지 않을까 했는데 운전을 못하는 저로써는 약간 고민이에요"


"그쵸 제주도는 차없이 돌아다니려면 좀 어렵더라구요"


"그러게요. 그래서 고민이 많아요"


"아 저희도 2주뒤에 휴가 가요"


"아.. 그렇구나. 저도 문닫으실때 갔다와야겠네요. 날짜 언제부터에요?"



민기는 어짜피 가게가 문을 닫는동안은 가게에 들러 디저트를 먹을수가 없을테니 그기간 동안 조사차 다녀와야할 여행을 가는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와 비행기 표를 검색했다. 한참 검색하는데 전화가 울리자 화면에서 눈을 못뗀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에요]


민기는 그제야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누군지 확인했다. 종현이였다.


"아 네 종현씨"


[지금 바빠요?]


"아뇨. 괜찮아요"


[그럼 잠깐 올라 올래요? 803호 에요]


"아...지금요?"


[네. 내려가기엔 짐이 있어서요. 내가 갈까요?]


"아.. 아니에요 제가 올라갈게요"



민기는 이게 왠 횡재인가 싶었다. 종현의 집구조나 집내부를 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소설속에도 등장할 예정이라 도움이 될거같아 종현이 허락하면 사진도 찍어야지 마음먹었다. 물론 사심도 가득 담아서.





by.렌제이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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