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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 Color Canvas] Sweet Pink Forest. 2

[JREN] 스트로베리 마카롱 파이



종현은 오전 일찍 나와 디저트를 만들어 놓고 오후가 되면 주로 재료를 사기위에 밖으로 나갔다. 재료들을 주문해 놓고 나면 대부분 티타임이 끝나가는 4-5시. 그리고 그시간이면 디저트들은 모두 떨어져서 더이상 팔것이 없을때가 많았다. 그래서 가게는 6시전에 문을 닫는 편이였고 종현은 다시 가게에 들리지 않고 바로 퇴근을 하곤 했다. 물론 오늘 처럼 가끔 타르트시트가 똑떨어져 버리거나 필링이나 시럽들을 만들어야 해서 야근을 하러 다시 되돌아 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종현은 타르트시트를 오븐 가득 넣어두고 무얼 할까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블루베리 필링을 만들어 두었던게 생각이나 오전에 구워두었던 파이지 위에 블루베리 필링을 올리고 케익 장식으로 쓰고 남은 머랭쿠키와 새콤하게 맛을 끌어올린 크림치즈 필링을 수저로 뚝뚝 떠넣었다.남은재료로 만든것 치고는 꽤 근사하게 나와 종현은 남아있는 파이지도 마저 만들어냈다.


타르트시트가 다 익으려면 아직도 시간은 한참이나 남았다. 생초코를 뭉갤까 하다가 이 더운 여름초입에 자신에게 몹쓸짓인거 같아서 만들어 놓은 파이를 들고 홀로 나왔다. 쇼케이스에 넣고 종현이 먹을 한조각만 빼내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영업 끝났습니다"


"아..죄송합니다."


"어?....."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저녁이면 항상 불이 꺼져있던 가게가 왠일로 불이 켜져있자 혹시 남은 디저트가 있으면 사가려고 들렸다고 했다. 종현은 팔지는 못하지만 먹으려고 만들었다며 남자에게 줄 파이를 하나 더 꺼냈다. 종현과 남자는 지정석에 앉아 차와 함께 파이를 먹었다.


"이것도 맛있네요"


"저 먹으려고 재료가 조금씩 남은게 있길래 만들어 본건데 괜찮네요"


"블루베리필링이랑 크림치즈필링이 너무 잘어울려요. 일부러 크림치즈 필링을 더 새콤하게 만드셧나봐요"


종현은 파이를 씹으며 남자를 잠깐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니 남자는 디저트에 대한 지식이 있는듯 제가 만든 디저트의 맛을 물을때면 꼭 이렇게 포인트점을 콕 찝어 얘기 하곤 했다. 그리고 종현은 자신이 신경쓴 포인트를 알아주는게 좋아서 계속 남자에게 디저트에 대한 맛을 물었던가 싶어졌다.


"미각이 예민하신가 봐요. 보통 거기까진 잘 모르는데. 맞아요 블루베리 필링이 달게 되었길래 크림치즈는 일부로 좀 새콤하게 만들었어요. 머랭쿠키도 달콤하니까요"


"이거 메뉴로 내셔도 될거같은데. 아침에 딸기마카롱파이가 정말 맛있었지만 이제 딸기는 철이 지나가니까 "


"신메뉴 하나 늘겟네요.그러고 보니 평범한 인연도 아니고 거의 1년 가까이 매일 봤는데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요. 지금 순간 '손님 덕에' 라고 말할뻔하고 그제서야 아차 했어요"


"하하..최민기 에요"


"전 김종현이요"


"뭔가 민망 하네요"


"그러게요.....단걸 좋아하시는거에요?"


어색한 통성명에 종현은 그동안 민기에게 궁금했던걸 질문했다.


"네.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요. 맛집 찾아다니는것도 좋아하구요"


민기도 민망 했는지 화제돌리기에 동참 하였다.


"혹시 뭐하시는지 여쭤봐도 되요? 항상 노트북으로 뭔갈 쓰시는거 같아서 궁금 했어요. 가끔 집중 하시면 리필 해드러러 와도 모르시더라구요"


"아....그....글쓰는 일 해요"


민기는 민망해하며 대답했다.


"작가님 이셨군요. 잘어울리는데요."


종현이 차를 한모금 마시며 말하자 민기는 쑥스러운듯 얼굴을가렸다.


"왠지 직업을 얘기하게되면 좀 부끄러워요. 작가라고하면 생각하시는 이미지들이 있어서 그러는지 의외라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너무 잘생겨서 그런거 아닐까요?"


진솔하게 칭찬의 말을 건네는 종현의 말에 민기는 다시 쑥스러운듯 얼굴을 반쯤 가렸다. 빨개진건가? 종현은 민기의 귀를 힐끗 바라보았다.


치르르릉


"타르트지 다됐나봐요. 잠시만요"


종현이 작업실로 들어가자 민기는 노트북을열어 오후까지 쓰던파일을 열었다. 새로 작업하는 내용인지 제목과 간단한 인물컨셉등이 적혀 있었다. 민기는 남주인공 모델 이름 옆에 김종현 이라고 적어 넣고는 입속으로 작게 발음해봤다. 캐릭터와 이름이 잘어울리는것 같다 생각하며.



민기는 종현이 나오길 기다리며 머리속에 떠돌던 것들을 노트북에 옮겨 적고 있었다. 종현은 몰랐겟지만 민기는 종현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름을 모르고 있었던것도 아니였는데 종현의 입을 타고 나오는걸 듣자 어째서인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던 남자 주인공의 케릭터가 머리속에 확실하게 그려져서 쓰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었다. 


적다보니 집중했고 그러다 아차 싶어서 고개를 들었을땐 얼굴에 미소를 띄운채 자신을 보고있던 종현과 눈이 마주쳤다. 시계를 바라보니 최소 30분이상은 지난듯 했다.


민기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이게 무슨 민폐란 말인가. 문닫은 가게에 찾아와 디저트까지 얻어먹은 주제에 퇴근하지도 못하게 자릴잡고 일어나질 않았으니. 분명 집중하는 바람에 불러도 못들었을 확률이 높았다. 종현의 말대로 민기는 집중하면 다른소릴 잘 못듣곤 했다. 첫만남부터 민폐만 끼쳤는데 어째선지 이남자 앞에선 항상 이런 모습만 보이는거 같아 당혹스러웠다.


"아..그..죄송해요. 퇴근하셔야 될텐데. 제가 눈치가 없었죠. 갑자기 떠오른걸 잊을까봐 잠깐 적는다는게.."


"집중 하신것 같아서 일부러 안불렀어요. 걱정 안하셔도 되요. 다 쓰신거에요?"


"죄송해요. 나머진 집에가서 해야죠."


"아뇨. 밖에 비와요. 덜하셨으면 더 있다 가세요. 소나기라 곧 그칠것 같거든요. 아직 시간도 그리 늦지않았으니까요"


종현의 말대로 밖에는 그냥 맞기엔 애매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어서야 맞겟지만 민기는 머리속에 있는것이 행여 도망갈까 마음이 급해졌다.


"그럼 비그칠때 까지만..."


"얼마든지요. 커피한잔 드릴까요?"


"감사합니다"



민기는 그때부터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머리속에 순차적으로 떠오른 이야기들을 적지 못할까봐 제대로 된 문장도 아닌 단어의 연속을 나열하거나 간혹 세세한 묘사가 필요한부분은 주석을 달아 체크해 두었다. 


민기는 이렇게 갑자기 머리속을 휘몰아쳐 오는 이야기들이 생기는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가물했다. 오랫만에 찾아와준 감각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채 이야기들이 도망갈까 끝도 없이 써내려갔다. 얼추 정리했다 싶어 고개를 들었을때 눈앞에 종현은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제서야 사위가 조용함을 깨닳았다. 종현이 집중하는 자신에게 방해가 될까 가게안에 잔잔히 울리던 음악을 꺼준듯 했다. 민기는 눈을 감고있는 종현을 빤히 바라보다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남주케릭터의 외형을 적으며 민기는 계속해서 눈감고 있는 종현을 힐끔거렸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들자 종현이 어느새 깼는지 턱을 괴고 자신을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부드럽게 웃었다. 민기는 황급히 시선을 손목에 걸친 시계로 옮겼다.


"이런 벌써 10시네요..제가 폐를 정말 많이 끼쳤어요"


"어짜피 비가 아직도 오는데요 뭐. 배안고파요?"


"괜찮아요. 저땜에 저녁시간 놓치신거에요? 죄송해서 어쩌죠"


"어쩌긴요. 먹으면 되죠. 늦은저녁. 지금 우산 하나는 있으니까 저녁먹고 데려다 주고 갈게요. 가요"


종현은 혹여 민기가 거절할까 본인 할말만 읇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민기는 종현의 예상처럼 거절할 타이밍을 놓친채 서둘러 종현의 뒤를 따라 나왔다.



"라멘 좋아하세요? 이근처에 맛있게 하는집 있거든요"


"네.안가려요. 대신 저녁은 제가 사게해주세요"


"하하. 그래요. 가요"



맛있다던 종현의 말대로 라멘은 민기의 취향에 잘 맞았다. 


"근데 민기씬 집이 어디에요?"


"저 이동네에요. 안데려다 주셔도 괜찮아요. 오늘 충분히 폐끼쳐서 지금도 사실 조금 민망해요"


"저도 이동네 살아요. 폐아니였어요. 어짜피 오늘은 만들게 많아서 가게에 계속 있어야 했어요. 혼자 있는거보다 좋았어요. 작가님의 일하는 모습?같은것도 신기하고 멋지고 그랬어요. 일하는 남자가 멋지다더니 오늘 알겠더라고요"


라멘집을 나서려 하자 빗발은 오히려 더 세졌다. 맞고 가겟다고 하기엔 애매할만큼. 특히 노트북이 있어서 걱정이였다. 근처에는 편의점도 집 반대방향으로 나가야 해서 민기는 천상 또다시 폐를 끼쳐야 하나 미안한 감정이 앞섰다.



"길안내 해줘요. 우산은 내가 잡을게요"


종현은 다정한 손길로 민기의 어깨를 감싸 우산 안으로 끌어당겼다. 민기는 안겨있는것 같은 포즈가 조금 신경쓰였지만 노트북때문이라도 우산안으로 붙어야 했다.

 

최대한 서둘러 도착 하는게 종현에게 조금이라도 덜미안한 길이겟거니 열심히 잰걸음을 놀렸다. 오피스텔 입구에 도착 하고 오피스텔현관의 비밀번호를 서둘러 눌러 문을 열었다. 종현이 따라 들어와 우산을 접으며 물었다.


" 몇층 사세요?"


민기는 당황했다. 현관문 앞까지 데려다줄 생각인가? 과친절 아닌가. 고민하는것이 얼굴로 들어난 모양이다.


"아 오해 말아요. 나도 여기 살아서 순간 신기했어요. 어떻게 한번을 안마주쳣나 싶어서요"


"아....전 3층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종현이 말을 이었다. 


"전 8층요. 이사온지 얼마 안되셨어요? 한번은 마주칠만도 했을텐데"


"1년 조금 안됐어요.."


"그러셨구나. 전 2년 되가요. 가게 오픈전에 이사왔거든요. 우리 생활 시간이 매우 다른가봐요.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데 한번을 못보다니. 이쪽으로 오시길래 놀랬어요"


"그러게요.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올라가세요"


"네 잘가요"



민기는 종현에게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후 올라가는걸 확인한 다음에야 걸음을 옮겼다.

문앞에 서서 문을 열려던 민기는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 쪽으로 한번더 시선을 주었다. 민기는 원치않는 감정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어렴풋 눈치채고 있었다. 디저트샵을 다니면서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종현을 만나기 전 2년내내 단한줄의 글도 쓸수 없었던 민기에게 그건 위험한 신호였다. 민기는 한참을 바라보던 엘리베이터에서 눈을 떼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민기는 비에 젖은몸을 씻고나와 노트북을 켜고 오늘 정리한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 보았다. 

또 사랑에 빠진걸까. 민기는 걱정이 되었다. 민기의 지나온 시간에는 단한번도 옆자리가 채워지지 않았다.


민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민기를 원치 않았고 민기가 원치않을때엔 사랑이 다가왔지만 민기가 받아들일수 없었다. 한번도 맞잡아 본적이 없는 민기에게 사랑을 정리하는 방법은 글로써 풀어내는 것이였다.


첫사랑에게 호되게 당한후 마음의 상처가 컷던 민기에게 의사는 글을 권했다. 잘쓸필요 없으니 마음을 정리해서 쓴뒤 태워 버리라고. 그런데 의외로 글을 써내려 가는건 감수성이 예민한 민기에게 잘맞는 방법이였다. 글안에 말하지 못했던 사랑을 모두 담아내었고 민기의 마음속에 남아 전하지 못했던 애절함을 대신 풀어주었다. 민기는 글로 상처를 녹여내며 치유했고 그글로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다. 


두번째 짝사랑을 시작할때 민기는 머리속에 넘쳐 흐르는 감정을 감당할수 없어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게 사랑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써내렸던 글은 민기의 숨겨진 마음이 모두 녹아 있었다. 그글은 소설가 최민기를 만들어 주었다. 사랑은 이루어 지지 않았지만. 글안에 적나라 하게 들어난 감정은 전해보기도 전에 눈치 채여졌고 거절의 말이 돌아 왔다. 말도 꺼내보지 못한 마음을 민기는 다시 글로 풀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남아있는 감정을 모두 보낼수 있었으니까.


그후로 민기는 사람을 사랑하는게 무서워졌다. 그래서 민기는 홀로 떠도는 여행을 하며 수필을 쓰기 시작했고 세번째 사랑이 찾아왔다. 여행지에서 만난 남자. 남자는 호탕한 웃음을 가졌고 민기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었다. 사랑이라 생각지도 못한채 스며들어 깨닳았을땐 사랑이였다.


남자를 사랑할거라 생각해 보지 못했던 민기는 당연히 사랑이 아니였음을 확신 했지만 그가 건네던 청첩장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휘몰아치는 감정에 깨닳았다. 사랑이였음을. 자신이 남자도 사랑할수 있음에 놀란것도 잠시 말도 전해보지 못한채 끝내야 햇던 감정이 갈무리되지가 않았다. 어째서 항상 나만 사랑하는걸까. 왜 항상 너무 늦게 깨닳을까.


이번에도 글로 풀어내면 잦아질줄 알았던 마음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민기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두번의 짝사랑을 보내놓고도 마음을 적당히 쌓는 법을 몰랐던 민기는 제안에 더큰 감정을 쌓아두었다. 친구라고 믿는 사이 차곡차곡 쌓인 마음은 우정이 아니라 사랑이였고 사랑이 아니라 믿었기에 마음껏 퍼올렸던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도 전해지지 못한채 홀로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 그건 민기에게 감당할수 없는 열병으로 남았다. 


단한줄의 글도 써지지 않을만큼 힘들었고 아팠다. 여행을 떠나보았지만 그것 역시 위안이 되지 않았다. 이러면 나아질까 저러면 나아질까. 민기는 그렇게 2년 넘는 시간을 아파하고 쓸쓸해 하며 울면서 보냈다.


[술을 필름이 끊길때까지 마셔보세요. 무슨 미친짓을 할지 모르지만 한번쯤은 해볼만 할거에요. 전 술먹고 사고치는 바람에 그걸로 극복했네요 ㅎㅎ]


늦은 새벽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보고 민기는 문을 연 술집을 찾아가 처음으로 기억이나지 않을때까지 마셨다. 민기가 정신을 차렸을땐 어디서 다친건지 모를 상처와 찟어진 옷.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어 아림이 느껴지는 눈가. 그리고 내리는 비를 다 맞고 있었는지 젖어있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는 다정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눈앞에 서있었다.




by. 렌제이의 사생활



novel 소설 팬픽 fiction 뉴잇 쩨렌 j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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