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하면서 기대했던 2가지가 있었다.

성인이 되었으니 나이로 제한받지 않아도 된다는것과 혼자만의 싱글라이프 자취생활.




보통 오티나 축제도 기대한다지만 오티가되었든 축제가 되었든 사람과 부딧끼거나 시끌시끌한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상 별흥미도 없었고 첫오티를 시끌시끌하게 보낸지라 빠르게 돌아오는 축제일정은 그닥 반가운 존재는 아니였다. 게다가 누구의 친절인지. 축제날짜를 중간고사 끝난 뒤로 잡아놓으신 덕에 내 입장에선 축제보단 중간고사가 더신경쓰였다.




오티 이후로 나와 민기는 미묘하게 어색했다. 민기는 스스로 학교를 착실히 다님으로써 내가 참견할 범위를 줄여 버렸다. 시간표가 같으니 강의때 마다 만나는 일상 인데도 쉬는시간이나 끝나고 나면 사라지기 바빴다. 첫만남부터 평범하게 시작된 관계는 아니였으니 민기의 입장에선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르겟다. 나에대해 잘모르는 상태에서의 몇번의 부딧침 속에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었으니 나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기엔 편하지 못했던듯 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민기의 입장이였고 그즘의 나는 민기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도가 최고조인 상태였던지라 날부담스러워 하며 피하는게 보이는 민기를 뻔히 알면서도 기회가 생기면 접근하곤 했다. 피하는 민기를 보면 겁먹은 토끼 같아서 자꾸만 괴롭히고 싶은 마음도 한몫햇으리라.


피하고 쫒는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첫 중간고사를 치뤗다. 신입생이 첫중간고사를 치를쯤 배워봤자 얼마나 배웠겟는가.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선 주말이였고 다음주는 수업이 없었다. 신입생들은 슬슬 대학생활들이 적응되어 제일 흥넘치는 시기였고 난 집에 틀어박혀 느긋하게 보낼 생각에 기분이 좋아있었다.


그러나 축제기간동안 딱히 할게 없을줄 알았는데 과대라는건 쓸데없이 바쁠수 있는 타이틀이였다. 같은과 선배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코플동아리 주점때문에 신입생들은 거의 강제 참여였다. 와서 잡일이나  선배들을 도우라는 강요아닌 강요를 당했는데 그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민기도 마찬가지였다.


동아리 특성상 코스튬은 신입생들 몫이 였는데 권력의 힘으로 나는 빠져나왔다. 설거지를 할 자신이 없다며 황민현은 자진해서 코스튬을했고 민기는 가위바위보에서 졌다. 민기가 코스튬에 걸렸다는걸 알자 제일 신난건 3학년 여선배들이였다. 원래 하려던 계획을 접고 여장을 계획했는데 어떤걸 입히느냐를 두고 치열한 후보경쟁을 한끝에 미녀와야수를 하게되었다. 과연 이게 치열하게 서로 이거입히자며 싸울문제 인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지만 너무 열정적인 선배들 앞에서 차마 말할순 없었다. (결국 제비뽑기로 결정 했다고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스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아무리 민기가 중성적인 얼굴이라고는 해도 남자가 하는 여장은 그냥 재밌는 코메디 쯤으로 생각했던 나는 축제 첫날 민기의 모습은 충격적이였다 . 남자가 더예쁠수도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화장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화장과 코스튬에 익숙햇던 선배들은 민기가 코스튬한후의 모습이 얼추 그려졌기에 그리 열광적인 반응을 햇었던 거였다. 


주점은 당연히 첫날부터 대박이 터졌다. 다른 동기들과 함께 호객하러 나간지 얼마지 않아 손님을 우르르 끌고왔고 주점은 포화상태였다. 


둘째날은 소문을듣고 온 손님들로 굳이 호객을 나가지 않아도 될만큼 호황이였다.넘치는 손님들로 감당이 되지않자 민기와 민현이는 주점 내에 머물며 자잘한 심부름을 해주거나 앉아서 쉬며 보냈다. 특히 민기는 거추장 스러운 옷때문에 거동이 불편해 거의 앉아서 얼굴마담 역활을 했는데 주점내 사람들의 모든 시선을 받아내느라 내내 불만이 가득해 있었다. 대놓고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사건사고없이 바쁘게 시간이 지나가는듯 했다. 갑자기 나타나 시비를 걸기 시작한 최태철이 아니였다면 말이다. 어디서 소문을 듣고 온건지 주점으로 들어서자마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새끼들은 이런깜찍한 이벤트를 하면 선배님들부터 모시고 극진히 대접할 생각을 해야지. 지들끼리 좌판깔고 팔아먹을 생각만 해요. 하여간 요즘 새끼들은 개념이 없어!!! "



공짜술을 바라고 온건지 동행 둘과 시끄럽게 떠들며 자리를 잡았다. 술가지고 오라고 소릴지르며 주점안을 훓어보더니 코스튬을 하고 테이블에 앉아있던 민현이와 민기를 향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이게 누구야 선배 알기를 개똥으로 아는 신입생 새끼들아냐. 어랍쇼 이거봐라 너 최민기냐? 이새끼 이래놓으니 완전 계집년이랑 다를바가 없잖아? 이거 겁나 야시시하게 생겼네 사내새끼가. 너 이리와서 술좀 따라."


"하하하 선배님들 저희가 지금 일하는중이여서요! 얘가 오늘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러는데 제가 한잔 드리면 안되겟습니까!"




짜증나 보이는 민기가 한마디 하려는걸 황민현이 말리고 나서며 최태철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넌 뭐야.  술맛떨어지게 사내새끼가 달려들고 지랄이야. 씹새야. 넌 니볼일 보시고 저새끼 오라고해"



계속해서 진상을 부리는 최태철을 말리는 황민현을 보다가 민기에게 다가갔다.



"내가 나설까?"


도움을 원할지 원하지 않을지 몰라 먼저 의중을 물었다. 민기는 놀란 얼굴을 했다. 이런걸 물을지는 몰랐다는듯이. 잠시 날 바라보던 민기는 우리둘이 만난이후 처음으로 내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한테 저자식 엿먹일 좋은 생각이 있는데.. 혹시라도 내가 실패한거 같으면 나좀 데리고 도망가줄래? 확신은 안서서 말이야"


"알았어. 옆에있을게"



내 대답을 들은 민기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스쳐지나가기전에 작게 속삭이고 최태철에게 다가갔다.



"물어봐줘서 고마워" 












민기가 최태철의 테이블로 다가가자 모두의 시선이 쏠렸고 황민현은 난감한 얼굴로 최태철은 비열한 미소를 띄고 민기를 바라보았다.



"새끼 그래도 영 말귀를 못알아 듣는 새끼는 아니구만? 니가 잘만 하면 어련히 선배들이 어여삐 여겨주지 않겟냐? 앉아서 한잔 따라봐"


"선배님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실래요?"



민기가 사근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최태철의 맞은편에 앉아 최태철을 향해 상체를 기울여 가까이 다가가 말을걸자 최태철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낄낄댔다.



"와 이새끼 이거 끼부리는거봐라. 사내새끼만 아님 자빠뜨리는건데. 하기사 기집년들보다 이쁜데 사내새낀게 뭔대수야? 말해봐. 뜨거운 밤이라도 보내게 해줘??"



도를 넘어선 더러운 말을 서슴없이 입에 담이 올리자 주변에있던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연영과 내에서야 개자식인걸 다들 알았다지만 타과학생들은 알리가 없었으니 대놓고 막말을 내뱉는 최태철의 행동에 거부감이 들었을거다.

타인조차도 불쾌한 막말이였지만 민기는 막말에도 굴하지 않고 온화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오티때부터 선배님이 자꾸 관심을 가져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겟어요. 술한잔 같이 해드리고 싶긴 한데 그냥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내기 하나 안하실래요? 대작해서 둘중에 먼저 뻣은사람이 지는게임. 이기는사람이 하고 싶은대로 하기. 대신 지는사람은 뒷말 않기에요~.여기 증인들 많으니까. 어때요?"



최태철은 술에 자신이 있었는지 이미 이긴사람 처럼 동행들과 낄낄 댔다. 동행들이 소주를 한짝 들고오자 두사람 앞에 소주잔이 놓였다. 나란히 한잔씩 마시기를 몇번 이내 답답하다는듯 최태철이 맥주컵을 요청했고 최태철과 민기는 정말 안주하나 없이 물마시듯 소주를 들이켰다. 짧은 시간안에 소주가 10병이 넘게 비워지자 슬슬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술을 잘먹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짧은 시간안에 많은양이 들어가면 버티지 못할게 분명했다. 


민기를 챙겨 도망칠 루트를 생각하는데 최태철이 쿵소리를 내며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모두 여리여리해 보이는 민기가 더오래 버틸줄은 몰랐는지 여기저기 구경꾼들 사이에 탄성이 쏟아져 나왔고 민기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채 입을 열었다.



"민현아 최선배좀 업어서 나좀 따라와주라. 매직 좀 줘. 선배들도 최선배랑  같이 해주실거면 남아 계시던가요. 어쩌실래요?"



다들 민기의 말을 듣고 아 최민기가 최태철한테 매직으로 얼굴에 낙서 정도 하겟거니 했다. 나역시도 그랬으니까. 최태철의 동행들은 굳이 동참하고 싶진 않았던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걸 기점으로 구경하던 사람들도 다들 자기자리를 찾아갔고 그대로 최태철의 난동사건은 끝나가는듯 했다.




축제 마지막 날인 다음날 아침 최태철은 학교 본관 현관 앞에서 나체로 온몸에 [나는 변태입니다] 라고 온몸에 낙서가 된체 발견되었다.(다행히도 많은사람들이 보진 않았지만 소문과 동영상,사진은 순식간에 퍼졌다.) 


보는사람들의 눈을 보호하기라도 하듯 마지막 보루는 청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었고, 그위엔 체온유지를 위한 담요 한장이 덮여있었다고 한다. 팔다리는 청테이프로 고정되어 있었고 최태철은 담요와 함께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옆에는 전지 사이즈로 편지가 남겨져 있었는데 한번만 더 자기에게 접근 할 경우 본인이 가지고 있는 동영상을(기대해도 좋을거라는 첨언도 함께) 학교 홈페이지와 각종 포탈 사이트에 게재 하겟다는 내용이였다. 마지막에는 최민기 자신의 이름까지 한자 한자 또박 또박 적어 두었었다. 


그리고 그뒤로 타학교 까지 소문이 퍼지면서 최태철은 불어날대로 불어난 소문을 이기지 못하고 군대를 갔고, 민기의 별명은 몇번의 변화를 걸쳐 예쁜 또라이로 자리 잡았다.





참고로 그날 물마시듯 소주를 들이 부은 민기는 최태철을 전시(?) 한뒤 주점으로 돌아왔다. 선배들에게 내일은 아마도 못나올거 같다며 선전 포고를 하고는 나에게 집에 데려다 주기를 부탁했다.


차마 치렁치렁한 공주옷을 입고 집까지  갈수는 없었던지라 동방에 들려 옷을 벗어두고 집으로 갈때까지 민기는 멀쩡했다. 그러나 집에 들어서자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차마 혼자 두고 갈수 없어 나는 그날 처음 자의로 외박을 했고 밤새 민기가 혹시라도 잘못될까 걱정되어 밤을 꼬박 새웠다. 중간 중간 숨쉬는지 체크하면서. 걱정은 다음날 늦은 오전에 일어나 해장국 주문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끝이 났다. 


그리고 축제 마지막 날은 하루종일 민기의 자취방에서 보냈다. 뭘 딱히 하진 않았던거 같은데 어쩐지 그집에서 나올수가 없었다. 같이 밥을 시켜먹고 티비를 보다가 잡담을 하다가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 할수 있는 것들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민기는 더이상 나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된 친구에게 하듯 내게 많은 부분을 기대왔고 나역시 그게 싫지 않아서 원하는대로 다 들어 주었다. 어쩌면 난 처음부터 민기를 친구라는 개념안에서 보고 있었던게 아니였는지도 모른다.

생각하지 못햇었는데 이미 이때부터 난 민기와 다른 친구들을 대할때 행동에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다만 내가 인식하고 행동 하지 않았을뿐. 









by. 렌제이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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