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통난 상태로 돌아간 민기는 다음날 아침에 가니 이미 나가고 없었다. 전화를 거니 민기가 아닌 황민현이 전활받았다.



" 어 종현아~금방 갈거야. 자리맡아놩~"



자기할말만 하고 끊긴 전화를 가만 쳐다보았다. 둘이 어딜 간거지..?

20분쯤 지나자 황민현과 민기가 나타났다. 강의시간은 다되었는데 뭐가 저렇게 즐거워서 신경도 안쓰고 좋다고 웃느라 세월아 네월아 걸어오는걸까. 왔으면 빨리 와서 앉지.





"종현이 저깄다"


"쫑~나왔어~"


"아침에 갔더니 없더만. 아침일찍 어디 갔었어?"


아무렇지 않은척 묻자 황민현이 대답했다.


"나랑 성당 잠깐 다녀오는 길이야"


"왠 성당? 민현이 너말고 민기가 갔다고?"


"민기가 고해성사 할거있다고 데려가 달라고 어제밤에 연락이 와서 또 내가 아침에 쏴악 데리고 가따와쮜~내가 우리 요정님이 원하면 다해주지 않겠쒀~캬하~"


"도대체 뜬금없는것도 정도껏 해야..꼭두새벽부터 다니지도 않는 성당을 다녀왔다고? 고해성사하러?"


"근데 얘 정작 고해성사는 하지도 못했어. 너무일찍가서 신부님 안계셔서. 그냥기도만 하고와써~. 엇 교수님 오셧다."





물어 보고 싶은게 많았는데 정작 궁금한건 묻지도 못한채 넘어가 버렸다. 최민기가 고해성사를?어째서..? 종교도없는애가..뭐때문에?기도??뭘 고해성사한다는 거지?








"오후 강의도 없는데 점심 나가서 먹을까?"



황금같은 금요일 시간표 참 잘짰다 싶어 기분이 좀 좋아졌다. 점심 먹고 뭘할까. 오랫만에 민기랑 영화를 볼까 아님 연극보러 대학로까지 나갈까.



"오늘은 근처서 대충먹자. 나 밥먹고 민현이랑 갈데있어"


"어디?"


"비밀~민현아 빨리가자 시간없어"



비밀이라니. 뭐하러 가는데? 정말 유치하게도 왜 나에겐 말해주지 않는지 왜 내가 아닌 민현이랑 가는지 물어볼뻔했다.

마지막 남은 이성의끈이 그건 오바라고 민현이도 민기 친구니까 둘만의 약속이 있을수 있는거라고. 모든시간을 나와 보내야 하는건 아니니까. 아는데 비밀 이라는 그말이 왜그리 서운한지 모르겟다. 민현이가 저렇게 말했어도 이렇게 기분이 오묘할까..?대체 난 왜 전학생한테 친구 뺏긴 초등학생마냥 서운한거지 




정말 점심을 먹고는 둘이 쌩하니 가버렸다.

알수없는 허탈함과 불쾌함. 정확하겐 기분이 나쁜데 왜나쁜건지를 모르겟다. 정말 모르는건지 알고싶지 않은건지 감정이 복잡해져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자취방으로 돌아와 도어룩을 누르다 문득 울컥했다. 자기는 원할때 언제든 마음대로 들락거리면서..

가만 쳐다보던 도어락을 풀고 비번을 바꿔버렸다. 기분이 좀 나아지는것 같네. 흥 너도 빈정 좀 상해봐라.

너무나 유치한 심술이였지만 상상만해도 고소해지는 기분에 마음이 조금 풀렸다. 


정신이 산만할땐 청소만한게 없다. 온집의 창문을 다열고 구석구석까지 모두 먼지를 털어내고 샤워까지 하고 나니 어느새 저녁시간이였다. 최민기는 아직도 안들어왔나보다. 왔으면 우리집문 부터 열어 제꼇을텐데.. 생각을 털어내고 간단하게 배채울것과 맥주를 꺼내고는 쇼파에 앉아 티비채널을 돌렸다. 처음보던 드라마가 연속방송을 막 시작했다. 이걸보며 시간을 떼워야 겠다. 드라마를 보다가  잠이들었나 보다. 눈을 떠보니 8시를 지나고 있었고 문밖에선 민기의 고성이 들렸다.




"아 진짜! 김종현!!!  너 이런다 이거지!!! 치사하게 비번을 바꾸냐!"




민기의 성난 목소리가 들리자 너도 빈정상해봐라하고 바꾼게 맞긴 한데 정작 그 고소함 보다는 대체 나간지가 언젠데 이시간까지 황민현이랑 둘이 뭘하다가 이제서야 들어온거지. 이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순간 아...... 나지금 화나는 포인트가..좀 이상한거 같은데. 깨달음은 그렇게 문득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자연스럽게 왔다. 뭐야 김종현. 너지금 무슨 포인트에 서운한거냐. 이건 서운해할 포인트가 아닌거 같은데. 왜이렇게 별것도 아닐 비밀이란 말에 이렇게 집착하는거지. 왜 최민기에게서 서운함을 느끼는거야. 뭐야 이거 나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머릿속이 정신없이 복잡해졌다. 쇼파에 머리를 받치곤 눈을 감았다. 생각을 정리해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지금 내가 그러니까 지금 김종현이 최민기에게 서운한건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황민현이랑 둘이서만 공유했다는 사실인거지? 그게 무엇이였던지 민기가 나에게 어딜갈거야 한마디만 해줬다면 이런 기분을 안느꼇을 거란거잖아. 아침에 왜 내가 아닌 황민현과 외출을 했는지 갑자기 왠 고해성사며 무슨 고민때문에 갔는지 그게 궁금한거잖아 김종현. 이게 보통 친구들 사이에도 느끼는 감정일까? 민기와 친구가 된 계기가 물론 특이하긴 했다. 평범하지 않았으니 보통의 친구들에게 가지는 감정과는 약간 다를수 있다. 이건 인정. 그건 어디까지나 조금더 깊은 친구의 감정이 아니였던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데 갑자기 달콤한 향기와 함께 쇼파위에 앉아있던 내몸위로 무게감이 부딧쳐 왔다. 최민기의 목소리는 덤.




"야 쫑 뭔생각을 하는데 불러도 대답도 안해?"



대체 어디로 들어온거지. 민기는 내무릎 위에 마주 보고 앉아선 내목을 끌어 안아 세웠다. 자기좀 보라며.


"무거워 비켜. 근데 너 대체 어떻게 들어온거야?"


"내가 무거울리가 있나. 나 베란다로 들어왔지~"


"뭐? 베란다? 베란다로 어떻게?"


"우리집 베란다에서 넘어왔어 할만 하던데? 내가 또 한 가뿐함 하잖아 "


"야..... 최민기 여기 7층인건 알아?"


"왜 몰라?그러게 비번은 왜바꿔? 안바꿧음 댔자나. 문 안열려서 열받았단 말야. 넌 불러도 대답도 안하고! 나 손에 짐 있었는데! 비번 왜바꿨어? 다시 바꿔! 나 다른걸로 외우기 귀찮아"




벨누르고 문열어주길 기다려볼 생각은 없는거냐..뻔뻔하게 대답하는 민기를 쳐다보고 있으려니 얼굴이 너무 가까운걸 깨닳았다. 민기는 여전히 내무릎위에 앉아 있었다. 성인 남성 친구 사이에 이런 자세가 평범한건 아닌거 같은데. 얜 왜이렇게 자연스럽게 내 무릎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는거지. 난 왜 이게 싫지 않은거지. 오히려 예민해져 있던 신경이 가라 앉는 느낌이였다. 무릎위에 앉아 내어깨에 턱을 받치곤 공알공알 얘기하는 민기에게서 왜 안정감 같은게 느껴지는거야. 아니 애초에 왜이렇게 붙어있는게 자연스러운거지. 언제부터 이렇게 부딧끼는게 어색하지 않게 된거지? 난 누구랑 살닿는거 별로 안좋아 하는데. 아니 오히려 싫어하면 싫어했는데.

대체 언제부터 얘랑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맞닿곤 했을까. 난왜 지금까지 그게 이상하다는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아씨. 김종현!! 너 또 내말 안듣지!!! 너 요즘 왜케 멍때려! 내가 말하고 있잖아!!"




내가 딴생각을 하고 있단걸 알았는지 민기는 양손으로 내얼굴을 잡고 자기를 바라 보게 했다.

대화에 집중하지 않은 내게 화났다는 듯 미간을 찌부리고 있는 모습조차도 귀여워 보였다. 아무래도 김종현 진짜 미친거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의식하기 시작하니 모든것이 다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알았어 들을게 먼저 좀 내려와 무겁다니까."


"싫은데?"




얼굴에 장난기를 가득담고 예쁜입술로 얄미운 말을 내뱉는다. 넌 어떨지 몰라도 난 지금 기분이 좀 이상하려고 하니까 내려와라 제발..





"안비키면 잘근잘근 씹어주마 비키고 싶어지게. 빨리 비켜"


"헐 대박 나빳어 우리 개띠 아니거든 돼지띠거든 개껌이냐 잘근잘근 씹..! 아!!! 아씨 아파! 아프다고!!! 진짜 무는게 어딨어!!!!!!!!!!!!!!!"

"그러게 비키라니까."



목덜미를 붙잡고 화를 내며 떨어져 나가는 민기를 제치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거 좀 위험할지도 모르겟다. 아니..이미 위험한거 같다.

가볍게 세수를 하고 정신을 다잡았다. 이제부터 어쩐다. 그러니까..나 지금 최민기를 친구가 아니라..다른 개념으로 보고 있는거야?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다짜고짜 나 니가 친구로 안보이는거 같애 어쩌지?라고 민기에게 물을수도 없는 문제였다. 정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정답이 나오려면 내가 민기를 어떤식으로 생각하고 있는건지 어떻게 하고싶은건지에 대한 확답이 먼저 필요했다. 정신차려 김종현. 최대한 객관적으로 니자신을 되돌아보고 고민해보자. 다짐하고 거실로 나갔다.

민기는 쇼파에 앉아 거울로 목을 들여다보며 울상을 짓고 있다가 내가 보이자 버럭 소릴 질렀다.



"아 진짜!!!! 야 너 이거 어쩔거야!! 이빨 자국났잖아!!! 진짜 물어 뜯음 어떻게해! 니가 개냐!!!"


"내가 인간임에 감사하도록. 내가 진짜 개였음 넌 파상풍 주사맞으러 가야했어."


"아 그러네? 그래 그렇다 치자. 그래도 자국남았잖아!!! 쪽팔려서 어떻게 돌아다녀!"


"그러게 한번 얘기했을때 비켰어야지 왜 계속 버텨 무겁다니까"


"니가 이상하게 구니까 심술나서 그랬지"


"내가 뭘"


"김종현씨 요즘 애정이 식은거 같애. 전처럼 대화할때 나 안보고 다른데 쳐다봐. 그거 싫다고 했잖아. 얘기하다가도 집중못하고 자꾸 멍때리고. 오늘은 현관문 비번을 바꾸질 않나!!! 아 이게 제일 화나! 왜바꾼거야 대체!"


민기는 대화할때 눈을 보며 얘기하길 좋아했다. 이건 누구한테나 해당되는거였고 민기와 친해지기 시작할무렵 내게 요구하던것이기도 했다. 대화할때 상대방의 감정이 보이는게 좋다고. 그때의 난 민기가 원하는건 대부분 들어주려 했던 때이고 어려운게 아니니까 흔쾌히 그러마 했다. 그뒤로도 대화할때는 꼭 마주보며 대화하는게 몸에 베여 있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왜그랬을까 진짜. 무의식중에 피했다?왜?




"이거봐! 또 딴생각해!"


"아 미안 내가 진짜 그랬나 생각하던 중이였어. 난 잘 모르겟는데 니가 그랬다니까 신경쓸게."


"다 됐고 현관 비밀번호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돼~"


"안돼. 너도 이제 벨누르고 들어와"


"헐 진짜 대박 나빳어. 왜!!"


"나도 너네집 벨누르고 들어가잖아. 나도 사생활이 있거든"


"뭐야. 이상해 김종현이..뭐야"


"뭐긴 뭐야 그냥 벨누르고 들어오라는거지"


"비밀번호 뭔지 찾고 말테다. 안알려 주면 계속 베란다로 왔다갔다 할거야!"


"몇살이냐. 위험한짓좀 하지마."



억지부리는 민기에게 잔소리하며 바라보다 문득 뭔가 이상한점을 발견했다.



"너 머리에 뭐했어?왜 어제랑 틀린거 같지?"


"헐 대박. 황민현 천재네 진짜 아네?"


"뭔소리야"


"탈색 또했어.백금발 만들고 싶어서. 차이 많이 안나서 한번 더뺄까 했는데. 민현이가 넌 알아볼거라고 하더라고."


"황민현이랑 머리하러 갔었어?"


"응. 샵가서 머리하고 손발톱 정리하고 왁싱하고. 와 하루에 다 몰아서 할래니까 완전 힘들어. 황민현이랑 같이 안갔음 심심해서 쓰러졌을꺼야. 민현이는 염색했어~갈색으로 햇는데 금발에 염색하니까 똥색같은 카키색 됐어. 황민현 대박웃겨. 왁싱 해보자고 자기가 꼬셔놓고 다신 못해먹겟대 .너무아프대. 아 하루종일 앉아 있었더니 대박 피곤해"





역시..비밀이라고 한건 별거 아닐줄 알았다. 알았음에도 불편했던 기분은 그제서야 풀어졌다.







by. 렌제이의 사생활







p.s 요즘은 수위 어느정도 있으면 다 19금 걸어야 하나요? 19금인데 성인인증 없으면 음란물로 신고먹을까요? 혹시 어떤지 아시는분 계시면 알려주세요..성인인증 걸어야 하는건가 그냥 써도 되나 요즘 판도를 몰라서..


렌제이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