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은 언제나 처럼 7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눈을 떳다. 눈을 떠보니 민기가 침대 모서리에 딱 붙어 떨어질까 걱정되는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종현은 그걸 보며 미간을 살풋 찌푸렸다. 언제부터인가 고민해보니 다리를 다친날 민기의집에서 잠든날 부터인듯 햇다.


고양이가 다시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차이는 아주 미묘했는데 여전히 제손길을 거부하진 않았다. 다만 뭔가 겁먹은듯 한발 물러서서 손위로 올라오길 거부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에도 종현과 민기는 매일 오전 가게에서 만났고 저녁을 같이 먹기도 했으며 여행준비도 함께 했다. 그 사이사이 아주 작고 미세한 틈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같이 걸을때 항상 옆에서 걷던 민기가 반발자욱 뒤에서 걷는다던가 대화할때 눈을 자주 피한다던가 하는것들은 눈치 채기 어려울만큼 소소한것들이였다. 


한가지 확실한건 종현이 민기에게 자연스럽게 스킨쉽을 하면 받아주던 민기가 긴장을 하는게 느껴진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그건 종현이 민기의 집에서 잠든날 부터인게 확실했다.


종현의 집에서 함께 잠들었을때 뒤척이는 민기를 끌어 당겼다. 민기는 약간 경직되긴 했지만 그대로 잠들었었다. 다리를 다친날 민기는 밤새 뒤척였고 종현은 민기의 뒤척임에 설풋 잠이 깼다. 종현은 민기의 뒤척임이 신경쓰여 자는 와중에도 민기를 끌어당겨 품안에 가둬 두었다. 그게 민기의 무언가를 건드린걸까. 그다음날부터 민기의 경계가 시작되었다. 


제주도에 도착하자 여행을 온 설렘과 아름다운 풍경은 종현과 민기의 기분을 즐겁게 해주었다. 우도부터 시작되는 여행일정에 따라 우도로 들어와서는 연인들이 즐긴다는 코스대로 차분히 하나하나 즐기다 마지막 배를 타고 다시 나오자 둘다 더이상의 일정은 무리라며 의견을 모았다.


호텔로 들어서자 민기는 침대가 하나란 사실에 미묘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피곤함을 가득 담고도 한참을 잠들지  못해 뒤척이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종현은 자는척 했지만 민기가 뒤척일 때마다 거의다 깨어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일찍 일어나 미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내었다.


종현은 민기가 제게 다시 경계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쁜 고양이가 제손을 따라 얼굴을 부벼오길래 그대로 손길을 따라 곧 제품에 안겨주겠구나 했더니 한번 쓰다듬 었다고 털을 곧추 세우며 뒤로 물러났다. 이 예민하고 예쁜 고양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종현은 개다래 나무라도 손에 쥐고 다녀야 하나 잠든 민기를 보며 고민했다. 기다려 줄까. 아니면 조금 몰아 세워 볼까. 






민기가 잠이 깨 눈을 떳을땐 창밖으로 들어오는 해가 가득 방안을 메우고 있을 즘이였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자 12시가 지나있었다. 방안을 둘러보아도 종현이 보이지 않아 카톡을 확인했다.



[너무 곤히 자서 안깨웠어요. 호텔 수영장가서 놀고 있을테니까 깨면 연락해요]


민기는 종현에게 전화를 걸까 하다가 침대에 다시 누웠다. 민기는 휴식이 필요했다. 육체적인 피로가 아니라 정신이 피로했다. 종현에게 신경을 곧추 세우고 있느라 온몸의 진이 다 빠질 지경이였다.

본능이란건 무서웠다. 한번 인식하자 별것도 아닌것에 온통 신경이 쏠렸다. 종현이 말을 걸며 제눈을 바라볼때도 걷다가 자연스레 스치는 손가락에도 자신이 생각해도 지나칠 정도로 긴장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러다 종현에게 들키겠다 싶을정도로.


그러나 그것조차 제마음대로 움직여 주는것이 아니여서 민기는 답답했다. 종현이 하는 대로 자연스레 가까워 지자니 제가 덥칠까 겁났고 한발자욱 물러나 선을 그을까 싶어도 긴장하고 있는 티가 너무 나서 종현이 이상하게 생각할게 틀림없었다. 이러다 얼마 안있어 종현이 왜그러냐 제게 물어올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적당히 선을 긋고 한발자욱 떨어져도 티가 안날까 고민해봤지만 방법이 없었다.


잘 쌓여있던 경계벽은 한번 무너지자 다시 세워지지가 않았다. 그 벽을 허문건 자신이라는걸 알지만 제자신이 이렇게 위험한 생각도 서슴없이 할줄 알았다면 마음껏 좋아하겟다 마음먹지도 않았을거다.

민기는 발만 동동 구를뿐 방법이 없음에 답답했다. 


그런데 의외로 민기의 고민은 생각보다 빨리끝났다. 민기가 너무 예민하게 군탓일까 오히려 종현이 선을 긋기 시작했다.


걸음을 걸을땐 한발자욱 떨어져서 대화를 할땐 민기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쌀쌀맞게 구는것도 아니였다. 언제나 보아 왔던 종현이였다. 민기는 마치 몇달전처럼 딱 두발 뒤로 물러나 마주보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종현은 딱 그렇게 행동했다. 민기가 매일 가게에 찾아가 디저트를 주문할때처럼 민기가 딱 원하는 시야 까지만 다가섰다. 그앞에 서서 더이상 다가오지도 멀어지지도 않았던 그때처럼.


종현이 제가 원하는대로 선을 그어주면 편해질줄 알았던 민기는 오히려 종현이 물러서자 애가 닳기 시작했다. 한번 맛보았던 따듯한 손길이 다시 멀어지자 민기는 편해질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더 안달이 났다.




"맛이 없어요?"


"아뇨. 맛있어요"


민기는 종현의 질문에 싱긋 웃으며 대답했지만 제주도에서도 손에 꼽힌다는 디저트집의 푸딩을 먹으면서도 집중을 할수가 없었다.

여행 첫날 우도에서 종현은 민기와 뭐가 되었든 함께 해주었다.커플들이하는 것처럼 사진을 찍어도 커플샷으로 찍어주었고 디저트를 먹더라도 착각이 들만큼 다정하게 챙겨주었다. 민기에게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려도 되겠냐고 물으며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말 애인과 함께 여행이 온듯한 착각마저 들어서 민기가 더욱 종현의 행동에 긴장을 할만큼 종현은 민기에게 성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런데 하루만에 종현은 완전히 행동이 달라졌다. 늦은 점심을 먹고 드라이브를 하러 나온 해변가에서 사진을 찍을때에도 민기를 찍어주기만 할뿐 함께 찍지는 않았다. 해변가를 산책할때에도 종현은 한발 앞서 걸었다. 민기가 따라가는 속도가 느려지면 기다려 주었지만 옆에서서 같이 걷지 않았다. 디저트를 먹으러 와서는 맞은편에 앉아 필요한 행동 이상은 하지 않았고 대화를 하면서도 시선을 마주쳐 주는것이 아니라 잠깐 흘깃 보고는 이내 다른데를 바라보며 얘길 하곤 했다.


민기는 종현이 선을 그어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종현이 그렇게 해주었다. 그런데 전혀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너무 가까울까 무서웠는데 멀어지는건 서러웠다.

대화할때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여주지 않는것이 서운했다. 함께 걸을때면 옆에서 발걸음을 맞춰 걸어주며 한번씩 자신을 바라봐 주던 눈빛이 떨어져 나간것이 서운했다. 사진을 찍든 디저트를 먹든 무얼해도 다정하게 챙겨주던 종현이 언제 그랬냐는듯 한발 뒤로 가 바라보기만 하자 못내 그 거리가 시리도록 멀었다.


이쯤되자 민기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알수가 없어졌다. 종현이 가까이 다가오면 겁내하면서 멀어지면 그건 그것대로 서운하다니.


달콤한 푸딩을 앞에 두고도 먹지를 못하자 종현이 이상했는지 계속 바라보기만 하더니 더 말하지 않고 눈을 떼었다. 그것마저도 서운했다. 민기는 당황스러웠다. 종현에게 바라는게 없는 줄알았는데. 그저 원하는만큼 좋아하면 되는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였나보다.


민기는 서운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푸딩을 뒤적거렸다. 종현은 그런 민기를 내버려 둔채 핸드폰만 쳐다 보았다. 간간히 무언가 써내리기 했다. 민기는 종현이 하는양을 가만 바라보다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일어섰다.


화장실문을 닫고 들어가선 꾹 참고 있던 설움을 한숨에 담아 떨궈내었다. 미쳤다 최민기. 양심도 없어.

선뜻 친절한 마음을 담아 곁을 내어준 사람에게 겁나서 손을 쳐낼땐 언제고 이제는 손을 거두어 갔다고 속상해 하고 있다니. 제자신이 생각해도 이기적인 마음이라 민기는 차마 자신을 다독이지 못했다. 분명 종현은 제자신이 예민하게 구는걸 눈치 챈게 틀림없다. 자신이 불편해 하는걸 느끼고 한발 물러서 준것이 눈에 보여 민기는 제탓을 할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선을 그어놓고 다시 손을 내밀어 달라고 조르기도 우스운 모양새였다. 종현이 어디까지나 선의로 내밀었던 감정을 부담스럽다고 밀어내놓고 다시 친근하게 대해달라고 하면 그것또한 종현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민기는 자신의 멍청함을 자책했다. 겁나도 티내지 말고 가만 있을걸. 그럼 종현의 서스럼없음이 걱정은 되었겠지만 이렇게 서운함에 후회하진 않았을텐데.



"오늘은 저녁 일찍먹고 들어갈까요?"


자리로 돌아오자 종현은 나갈준비를 마치고 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기는 답답한 마음에 그대로 호텔로 들어가고싶지 않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더 느끼고 싶었지만 운전은 온전히 종현이 하던 중이여서 민기는 차마 조를수가 없었다. 민기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종현씨 먼저 들어가요. 전 산책좀 더하다가 택시타고 들어갈게요"


종현은 자신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민기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겁많은 고양이는 밀당이라는 단어를 모르나보다. 선을 그으려 하는게 괘씸해서 아주 조금 심술을 부렸더니 미는대로 밀려나갔다. 연애를 안해봤어도 본능적으로 밀고 당겨야 할때가 있음을 알텐데 아무래도 성격 자체가 그게 안되는가 보다.


침대 끝에 매달려 끙끙거리며 자는 민기의 몸을 침대 안쪽으로 당겨 주었더니 잠결에도 온기를 찾아 몸이 따라왔다. 이렇게 사람손을 탈거면서 겁은 왜그리 많아서 몸을 사리나 싶었다. 차분히 기다려 줄까 싶다가 한발자국 다가서는데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던걸 생각했다. 참을성이 많은 성격이지만 한번 마음먹은건 손에 쥐어야 했다. 이 겁많은 고양이랑 뭔가를 해볼거라면 기다리다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것같은 예감에 종현은 민기를 벽으로 밀쳐보기로 했다. 털을 세울까. 꼬리를 내릴까 고민하면서.


그런데 제 생각보다 고양이는 더 겁이 많은 성격인가 보다. 꼬리가 축 쳐져서는 한이 담긴 눈꼬리로 제 주위로 벽돌을 쌓기 시작했다. 더 밀어보았다간 손가락을 물리겠구나 싶어졌다.


"민기씨"


"네?"


"내가 하고싶은거 있으면 말하라고 했을텐데. 기억 안나요?"


"어......종현씨가 피곤 할까봐.." 


제말에 기가 팍 죽어 웅얼거리는걸 보니 너무 내버려 뒀나 싶었다. 종현은 하루종일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다정하게 민기의 눈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서부쪽 쭉 타고 내려가다가 멈춰서고 싶은데서 저녁 먹고 들어갈까요. 어때요?"


"좋아요!"


종현이 다시 민기에게 다정한 모습을 드러내자 민기는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풀어진 고양이가 되었다. 종현이 민기의 어깨를 감싸 밖으로 나가는 동안에도 민기는 종현을 더이상 경계하지 않았다. 종현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다시 드리워졌다.


민기는 종현이 다시 다정하게 대해주자 금새 기분이 풀렸다. 제가 생각해도 우스웠지만. 종현이 다정하게눈을 마주 보고 말을 하는게 어찌나 좋았던지 다시는 쓸데없이 종현에게 거리를 두느니 따위의 생각은 하지 않겟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마주보며 대화만 해도 행복해지는데 미쳤다고 이 행복을 포기하려 했다니. 당장 눈앞의 종현이 다시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오자 민기는 종현이 가까워져서 제자신이 위험한 망상을 하면 어쩌나 하던 걱정은 싹 뭉쳐 기억 저편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자고.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종현은 아침에 민기가 잠들어 있을때 다녀왔던 수영장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옥외의 루프탑 수영장은 제주 전경이 한눈에 다보여 밤에 더 멋있을거라며 피곤하지 않으면 다녀오자 물었다. 수영을 즐기는건 아니였지만 저녁엔 파티도 열린다는 말에 민기는 종현을 따라 나섰다.


깜깜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제주시내 전경과 호텔의 외부가 예쁘게 조명으로 꾸며져 눈을 즐겁게 했다. 물은 적당히 차가워 괜찮았고 신나는 디제잉과 맛있는 칵테일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시끄러운걸 좋아하지 않는 민기에게도 옥상위 수영장에서 열리는 파티는 흥겨웠다. 소설속에 이장면을 꼭 집어 넣으리라 맘먹었기에 민기는 종현이 이끄는데로 모두 다 해보는 중이였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고 나와 시원한 밤바람에 가운을 걸치고는 한참을 넓집한 나무쇼파에 기대어 몸을 식혔다. 맛있는 칵테일과 뜨끈해진 몸 시원한 바람은 민기를 노곤하게 만들었다.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여기서 잠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져 들어서 이 느낌을 당장에 글로 옮기고 싶어졌다.

민기는 감고있던 눈을 번쩍 뜨고는 휙휙 걸어 칵테일을 주문하던 종현에게 다가갔다.


"종현씨 저먼저 내려갈게요"


"벌써요?재미 없어요?"


"아뇨. 너무 재밌는데 지금 당장 이 즐거움을 쓰고싶어 졌어요"


종현은 못말리겟다는듯 웃었다. 때마침 나온 칵테일을 받아들고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민기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노트북을 켜 머리속을 떠다니는 생각들을 적어내렸다.

종현은 그사이 씻고나와 시원한 칵테일을 마시며 어제 사진을 올린후 계속해서 친구들이 반응하고 있는 sns를 열어 친구들이 달아둔 글들을 확인했다.





by.렌제이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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