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5월 불어오는 봄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자 민기는 작게 읇조렸다.


"아 씨바.."


축제 마지막날 조용히 교실에서 잠이나 자며 보내고 싶었건만 동호는 자신의 무대를 봐주지 않으면 졸업할때까지 두고 두고 우려먹겟다고 카톡으로 들들 볶았다.

귀찮음을 두눈에 가득 담고 나온 교정에는 역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사람 많은건 딱 질색인데......아 강동호 죽여버릴거야 개자식 존나 짜증나 씨바 등등 비속어를 입속으로 삼키던 민기는 자신을 발견 하고  꺅꺅대는 후배아이들에겐 요정같은 얼굴로 빙그레 웃어 주었다.



어느새 몰려와 인사를 해대는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들과 다른학교 교복을 입고서 자신을 구경하는 인파까지 짜증이 치솟았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리다 문득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 보았다.

오 잘생겼네 너도 나보러 왔냐 잘생긴 아이가 자신에게 시선을 주는걸 보고 민기는 후배들에게 햇듯이 요정같은 얼굴로 웃었다. 여기까지 놀러왔으니 예쁜거나 보고 가라 그런 심정이였다. 그러나 예쁘게 웃어 주었음에도 돌아오는건 어이가 없다는 헛웃음이였다.


뭐야 이자식은. 민기는 기가 막혀왔다. 누구든 자신을 보면 호감을 표시해왔다. 아름다운 얼굴은 그럴때 써먹으라고 있다는듯 그 누구도 첫만남에 대놓고 자신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적이 없었다. 뒤에서 욕을 할 지언정.


민기는 뭔가 기분은 나쁜데 딱히 뭐라고 할수 없는 그런 감정에 휩싸여 그 잘생긴 아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아이는 민기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피하지 않은채 능글맞은 얼굴로 같이 바라보더니 일행인듯한 멀대가 다가와 이동할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그아이가 시선에서 완연히 사라지고 나서야 민기는 입으로 작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썅..존나 잘생겼네. 잘생겼으니까 봐준다"







그리고 다음해 이른 봄 민기는 그 잘생긴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입학식에서. 어떻게 보면 태어나서부터 카메라와 척을 지고 살수는 없는 그런 환경에서 태어났다. 연예기획사 대표인 아버지와 방송작가 어머니, 영화감독인 삼촌까지. 그외에 친척중에서는 연예인들도 몇명 있을 정도로 집안 자체가 모두 연예계에 몸담고 있었다. 

태어나 백일도 안되서부터 CF를 찍었다고 했다. 기억도 나지않는 4살때 대본을 읇어주면 따라 읽었다고 하니 6살즘 삼촌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몰랐다.


다만 좋지못한 사건으로 인해 연예계와는 연을 끊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피는 못속인다고 숨어있던 본능들은 카메라 근처를 떠나지 못하게 했다. 민기의 아버지는 차선책으로 자신의 뒤를 이어 기획사를 꾸려보는게 어떻겠냐고 했고 민기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연영과로 진학했다. 삼촌이 교수로 있는 P대로 진학해야만 하는게 조건이였지만 실기는 자신 있었기에 걱정할것이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과 수석으로 입학했고 입학식날 1년전쯤 보았던 그 존나게 잘생겼던 남자아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






[민기야. 커피좀 사와 2잔. 아이스아메리카노랑 따듯한 커피 아무거나 하나 너도 하나 마시고 삼촌 카드 긁어]



아씨..최설록 이인간 이럴라고 카드 줬나. 시도때도 없이 심부름이야 아 대박 귀찮게 하네 진짜.


민기는 삼촌이 용돈이 필요할때 쓰라며 주었던 카드로 쇼핑을 왕창 해버릴테다 이를 갈며 커피를 두잔 사들고 시럽을 두번은 더넣은 스무디입에 물고 삼촌의 방으로 향했다. 삼촌방 입구에서 만난 그 잘생긴아이는

삼촌의 열혈팬인듯 삼촌의 말도 안대는 부탁을 티켓두장에 넘어가 들어주겟다고 나서는걸 보고 이새끼도 얼굴만 멀쩡하지 미친놈이구나 하고 말았다. 설마 그 잘생긴 미친놈이 다음날 진짜로 찾아와 헐벗고 있는 자신을 쳐다볼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남자끼리 뭐 어때 할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민기가 살아온 세월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고운 외모는 어딜가서도 항상 주목받았고 짖굳은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어떨땐 성욕의 발현대상이 될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여자애들은 때로는 상상할수도 없을만큼 과감했다. 다행인건 어릴때부터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던 민기의 성격이 정말로 지랄 맞아져서  자신을 지키는데에 이골이 나있었다는 거다.


잘생긴 미친놈은 그날 민기에게 정말 미안해 하며 사과했다. 본인도 상당히 놀랐었던듯 했고 눈치가 천단쯤 되는 민기의 눈에도 진심으로 미안해 하는게 보였기에 마음을 풀었다. 그러나 역시 가장큰 이유는 얼굴때문이였다. 미안하다며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눈꼬리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자 잔뜩 화가 나있던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

민기는 남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고 정신못차리는걸 욕하면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도 심각한 얼빠라는 생각이 들어서.




민기는 중학교2학년때 첫 수학여행 이후로 다시는 단체 여행을 가지 않았다. 부모님 없이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큰 기대를 하게 했지만 민기에게는 상처만 남겼다. 어디에나 있는 불량한 부류 중 유난히 민기에게 관심이 많은 남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선생님들 몰래 아이들은 술을 챙겨 왔고 다들 처음 마셔보는 술에 제정신을 가진 아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 남자아이는 평소부터 궁금했다며 민기의 옷을 벗기려다 동호에게 얻어 맞고서야 기절해 잠이 들었다. 문제는 다음날 자신이 왜 얻어맞았는지 알게된 그아이는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민기와 동호를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해댔고 민기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만한 말들을 내뱉으며 자신의 행동을 부정했다.

물론 열이 받을대로 받은 민기와 동호는 조용히 그아이를 끌고가 속이 풀릴때까지 패주었다.

그리고 그사건은 그냥 넘길수 없을만큼 큰일이 되어 학교 전체가 시끄러워지게 되었다. 민기가 겉과 속이 달라지게 된 사건이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민기는 그이후 단한번도 그런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시비가 붙을만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원해서 화려한 얼굴로 태어난것도 아닌데 일일이 피곤해 지고 싶지 않았다. 그저 안해버리면 될걸. 그러나 삼촌의 생각은 달랐던것 같다. 너무 일찍 애어른이 되어버린 민기가 안타까운듯 항상 참견아닌 참견을 했었는데 신입생 OT에 민기를 데려가라며 김종현을 보낸것만 해도 그랬다.




"내옆에서 떨어지지 마. 누가 불러도 따라가면 안돼. 다른사람 보내. 술 안마실거야. 근데 너도 안돼. 잠은 따로 잘거야 다른사람들 사이에 껴서 못자 나. 방따로 잡아줘. 안그럼 안가. 나혼자 자는것도 안돼 너도 나랑 같은방 써. 그리고 혹시 무슨일이 생기거든 나부터 챙겨 무조건 나부터. 이게 내 조건이야. 할수 있겠어? 안귀찮겠어?"



말도 안되는 요구 조건을 말하며  이래도 가자고 할래? 라는 마음으로 말했는데 의외로 무척이나 쿨하게


"그거면 되겠어? 알겠어 " 


라고 대답하더니 마치 제집인냥 쇼파에 널부러지는걸 보고 동호와 처음 친해지던때가 생각났다.

동호와도 이렇게 뭔가 계속 엮이는 일이 생겼었다. 한국에 와서 처음 사귄 친구였던 동호는 아직까지도 제일 친한 친구이자 유일무이한 친구였다. 그런 생각이 나자 왠지 얘랑은 계속 엮이겠구나 싶어졌다.


OT는 역시나 민기의 예상대로 재밌지 않았다. 민기에게 질투를 느낀 여자선배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며 민기를 비난하기 바빳고 겨우 빠져 나간 야외에서는 미친 또라이 새끼가 기생취급하며 덤벼 들었다. 그러나 골머리 아플까 걱정했던것과는 다르게 종현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일처리를 했다. 


물론 새벽에 또다시 악몽을 꾸어 깨긴 했지만 별말없이 내어준 종현의 팔을 붙들고 민기는 그날밤 잠들수 있었다.

문제는 그뒤였다. 민기는 제자신이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촉이 발동했다. 20년의 세월동안 결코 평탄치 못했던 삶을 살아오며 갈고 닦은 촉은 김종현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민기는 그런 제감을 잘 믿었다. 수업을 꼬박 나가 김종현과 부딧칠 일을 최대한 줄였다. 물론 김종현이 때마다 말을 걸며 다가오는걸 알았지만 최대한 피했다. 자신이 피하는걸 알면서도 꿋꿋하게 다가오는 뚝심에 슬슬 걱정이 들때쯤이였다.

대학교라고 어디서 외계인들만 모아놓았겟는가. 똑같은 사람이니 생각하는 수준도 거기서 거기. 화려한 민기의 얼굴은 축제에서 쓸모가 많았을테고 결국 핑계는 통하지 않았다.

다만 열이 받을대로 받게 만든 최태철만 아니였다면 무난히 조용한 대학생활을 연계할수 있었겠지만

미친놈은 괜히 미친놈이 아니였다.



"하하하 선배님들 저희가 지금 일하는중이여서요! 얘가 오늘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러는데 제가 한잔 드리면 안되겟습니까!"



나혼자 얼마든지 해결할수 있는데 자기가 무슨 왕자님이라도 되는양 내앞을 막아서며 튀어나가는 황민현 때문에 가뜩이나 짜증난 심기가 더 불편해졌다. 저새끼 저거 낮에 손잡고 세레나데 쳐부를때 부터 알아봤다. 노래도 못하는게 겉멋만 들어가지고 새끼가 어디서 흑기사 질이야 재수털리게. 내가 공주님도 아니고 왜나서고 지랄이지?! 속으로 쏟아내지 못한욕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상황을 지켜만 보던 김종현이 말을 걸어 왔다.


"내가 나설까?"


민기는 순간 말을 잃고 종현을 빤히 바라보았다. 도움이 필요한지 아니면 스스로 하겟는지 묻는 그 질문은 민기에게 매우 신선했다. 아니 동호 이후로 처음이였던것 같다. 항상 사람들의 과한 보살핌속에서 민기는 언제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였다. 아무도 민기의 의중을 묻지 않았었다. 모두 당연하다는듯 민기를 대신해 행동했다. 동호만 빼고. 동호는 철저하게 자신을 평등한 시선으로 대해주었다. 보호해야할 공주님이 아니라. 그렇기에 지금까지 믿고 의지하는 친구로 지낼수 있었다. 지금 김종현의 물음이 그랬다. 내 의견을 존중해서 행동하겠다는 의지와 배려를 담았다는 점이 동호와는 미묘하게 달랐다. 


동호는 A와B중 네가 원하는대로 해라 선택지를 그저 던져 주었다면 김종현은 자신의 의중을 담아 물었다. 네가 원한 다면 내가 이렇게 해줄수 있는데. 어떤걸 선택하고 싶니? 그건 민기에게 상당히 친절하고 다정한 질문이였다. 

민기는 종현이 의외로 더 깊숙히 자신의 인생에 관여하게 될지도 모르겟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정확한 예상이였다.


축제 이후 민기와 종현은 마치 원래부터 친구였던듯 함께 하기 시작했다. 종현은 본능적으로 민기가 풀어지는 포인트를 잘건드렸고 민기는 그럴때마다 종현에게 내어주는 마음의 크기가 커졌다. 동호만큼 친한 친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즘의 어느봄날이였다. 



종현의 생일인지 모르고 있다가 당일날 민현이와 대화하는걸 듣고 알게된 민기는 뭐라도 선물하고싶은 기분이였다. 강의가 있던지라 당장 해줄수 있는게 없으니 술을 사겠다고 했다.

동호까지 합류하여 넷이 술을 마시다 점점더 몰리는 시선에 결국 내 자취방으로 이동했고 동호는 곧 민현이를 데리고 가버렸다. 둘이 술을 마저 마시다 [렌]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땐 민기는 당혹스러웠지만 싫지 않은 기분이였다.



- 고마워.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인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는걸 들으니 기분이..싫진 않네...-


졸리다며 침대위로 올라가는 종현의 뒷모습에 대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괜시리 뛰는 심장을 다독거리던 민기는 자려고 자리잡는 종현의 옆에 누웠다. 약간 뒤척이자 종현은 감았던 눈을 뜨고 물었다.



"근데 궁금한게 있어 너한테 항상 달콤한 냄새가 나는데 무슨냄새야? 향수야?"


"바디 클렌져 냄새일걸? 샴푸도 똑같은거 써서 그러나봐"


"그러네 정수리에서도 단내 난다. 애기같어"


"뭘 또 그걸 맡아봐. 한번 꼽히면 그거만 써. 클렌징 제품이랑 치약도 다 같은 라인 쓰니까"


"뭐야 사탕 인간이야? 온몸에서 단내가 나는거야?"


"취향입니다. 존중하쎄여. 아무리 사탕냄새가 좋아도 먹는건 안댑니다. 그만 킁킁대"


"푸하하하. 그래 맞아 먹으면 안대지. 그래도 맛은 볼수 있겟다"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운 입술이 맞닿았다 생각하자 따뜻하고 말캉한것이 입속을 파고 들어왔다.





by.렌제이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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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체리는 사실 이 민기의 외전과 미래버젼을 쓰고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겨우 4편을 쓰고싶어서 본편을 쓴 미련한 인간 여기 손이요ㅜㅜ 써놓고보니 이게 뭐라고 그리 쓰고 싶었을까 싶네요.


p.s2 어제 포타가 좀 이상했나봐요 댓달아주셧는데 알림만보이고 글밑에는 안보이네요 제대댓도 엉뚱한데가있고ㅜㅜ 댓달아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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