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의 리스트에 올라와있는 맛집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만 민기가 너무 먹질 못했을뿐.


"못먹겟어?"


"응 안먹혀 단거 먹고싶어"


몸이 힘드니 입맛도 없는지 먹는둥 마는둥 결국 입을 떼는걸 보니 마음이 좋질 않았다.

덩달아 입맛이 없어져 서둘러 식당을 나와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바닷가 앞에 풍경좋은 카페는 궂은 날씨탓인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민기가 자리를 맡겟다며 2층으로 올라가고 주문을 위해 카운터 앞에 섰다.



"아이스 바닐라 라떼하나, 딸기 스무디 하나,생딸기케익 한조각, 초코푸딩 하나요"


위쪽에 달린 메뉴판을 보며 주문을 하고는 계산을 위해 카운터 너머를 바라보자 알바생이 얼굴이 빨개진체 쳐다보고 있었다. 버벅대며 주문을 받더니 음료와 케익을 받아갈때까지도 힐끔힐끔 얼굴 근처를 훔쳐보는듯 했다. 이유를 알수가 없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만져 보았지만 잡히는것도 없었다. 


쟁반을 챙겨 2층으로 올라서자 불쾌한 광경이 보였다. 바닷가가 한눈에 보이는 전면창앞 편해보이는 쇼파에 이어폰을 꼽고 거의 널부러지듯 반쯤 누워있는 민기와 그 맞은편에 왠 남자가 미소지으며 그런 민기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날본 민기가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물었다.


"그거 초코푸딩이야?"


"응 메뉴에 있더라고"


"그거부터 먹을래"


앞에 있던 사람이 말을걸든 말든 제할것만 하는 민기 대신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가 애매한 눈으로 쳐다보며 웃더니 이내 두손을 들어보이더니 사과를 해왔다.


"미안. 애인 있는줄 몰랐네. 혼자온줄 알고. 그나저나 자기 애인 귀엽다? 그런데다 키스마크를 남기다니.얼굴만 깜찍한게 아니네"



뭔소리야. 알아듣지 못할말을 하더니 다시한번 사과하고는 일행인듯한 테이블로 가버렸다.


"뭐야. 저사람 키스마크? 뭔소리지?"


내말은 안들리는듯 푸딩 뚜껑과 씨름하고 있는 민기를 바라보다 푸딩을 가져다 뚜껑을 열고 수저까지 꽂은후 민기를 바라보았다.


"아 뭐! 빨리줘!"


"저남자 와서 뭐라고 했어? 그리고 키스마크는 뭔얘기야. 나어제 자국 안남겼는데"


"뭐라긴 뭘 뭐라해. 혼자왔으면 자기랑 좋은데 가자는거 씹고 있었지. 푸딩내놔 빨리"


"키스마크는 왜 대답안해?"


"나 푸딩안먹어"


"최민기. 대답"


"아..망할자식. 비밀인데 왜말해선...아 짜증나"


"말안할거야?"


계속해서 묻자 민기는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한장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티가 안나서 맘에 안들었는데 저녁되니까 그래도 좀 보인다. 색깔이쁘네 알록달록"


무슨소린가 사진을 바라보니 자고 있는 내사진이였다.

어제밤 자고 있을때 찍은 사진이라는데 아래서 바라보던가 내가 턱을 들어 보여줘야만 하는 왼쪽 아래턱즘에 딱 자기입만큼 자그마하게 자국이 만들어져 있는걸 찍어놨다. 이래서 아까 알바생이 얼굴이 빨개졌나보다.


"뭐야 언제 만든거야.면도할때 못봤는데"


핸드폰과 푸딩을 돌려주며 물었더니 민기가 약간 뿌듯해보이는 얼굴로 대답했다.


"자다깼는데 눈앞에 보이길래 그냥 만들고 싶어져서. 일어나서 보니 무의식치곤 위치선정이 뛰어났어. 근데 생각외로 금방 들켜서 재미없어졌어. 모르고 돌아다녀야 재밌는데"


푸딩을 퍼먹으며 정말이지 실망하는 목소리로 말하는게 너무 귀여윘다. 끌어안고 싶은 욕심이 들끓었지만 초코푸딩을 먹고있는데 건드리면 짜증낼게 뻔해서 다먹을때까지 기다렸다.


전면창으로 바다를 구경해가며 민기가 푸딩을 다먹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요 하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는 이번엔 왠 여자가 다가와있었다.





"안녕하세요?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두분만 오셧나봐요. 저희도 여자둘이 여행왔는데 저희랑 같이 안노실래요?"


이번엔 나였다. 날 바라보며 자신있는 얼굴로 말하는 그여자는 행동에 자신감이 넘쳤다. 객관적으로 예쁜얼굴은 맞았지만. 차일거라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어 보이는 얼굴로 날 바라보기에 좋게 웃으며 얘기했다.


"미안해요. 애인 있어요"


여자는 생각보다 강했다.


"그얼굴에 설마 없다고 생각했겟어요? 사귀자는거 아니고 친구끼리 여행온거 같아서 그냥 하루 같이 놀자구요. 부담없이"




곤란한 여자였다. 다시 거절하려는데 푸딩을 먹느라 바빳던 민기가 어느새 다먹었는지 먼저 말을 꺼냈다.말을하면서도 케익에 비닐을 뜯어내느라 손이 바빳다.



"요즘은 까페에서 헌팅하는게 유행이야? 왜이렇게들 찝적거리지. 아님 이까페가 이상한거야? 몇번째야.애인있다는데 뭘 또 굳이 두번물어"


까칠한 민기의 말투에 여자는 기분이 상했는지 인상을 쓰며 얘기했다.



"그쪽한테 얘기한거 아닌데.  그쪽 친구한테 얘기한거지"


"내친구? 누구? 내눈엔 내 애인한테 찝적이는 거밖에 안보이는데"


"???뭐..라구요??"



여자 머리속에 들어차는 물음표가 나에게까지 보이는거 같아 웃음이 나왔다. 웃음을 참아가며 대답했다.


"눈앞에 애인이 눈 부릅뜨고 째려보고 있어서 안되겟네요. 다른분 찾아보세요"


"내가 언제 부릅떳어? 이거 껍질까줘"



진담인지 농담인지 구분이 안된다는 얼굴로 여자가 테이블로 돌아간후 숙덕거리며 우리쪽을 주시하는게 느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기는 케익과 계속 씨름중이였다. 비닐을 제거해주고 포크를 쥐어주자 푸딩덕에 입맛이 돌았는지 금새 한조각을 다먹었다. 만족스런 얼굴로 스무디까지 쭉쭉 마시는걸 보니 마음이 다 편안해 졌다. 



"애인이라고 그래주니까 좋다"


"컥..쿨럭 쿨럭"


민기가 스무디가 목에 걸린듯 기침을 뱉으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눈을 흘겼다. 음..언젠가 이런장면을 본적이 있는거 같다.






스무디까지 한잔 알차게 마시고는 기운을 차린 민기는 창밖으로 바닷가 앞에서 폭죽놀이를 하는걸 보더니 자기도 해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며 일어섰다.

잠깐 기다리라 말해두고 화장실로 향했다. 찝찝해진 손을 닦고 거울을 한번 보고 밖으로 나오다 아까 그여자와 또다시 부딧쳤다.


"저기요"


"음..아까 애인이랑 온거라고 말씀드린거 같은데"


"P대2학년 김종현 맞죠?"


"...뭐에요?"


"긴가 민가 했는데 친구가 알아보더라구요. 나도 학교가 그근처거든요. 같이온 사람 최민기맞죠?

어쩐지 이 촌동네에 왠 잘생긴 사람이 둘이나 있나 했어. 이거 내 번호에요. 내친구가 P대 다니거든요. 둘이 비지니스 커플로 유명한거 알아요. 헌팅을 얼마나 많이 당하면 그러나했는데 이해가 되긴 하네. 서울가서 연락해요. 난 원나잇도 괜찮으니까 ok? "



내 셔츠 주머니에 전화번호가 적혀있을 종이를 꼽아 넣고는 자기 할말만 하고 뒤돌아 가버렸다. 황당하네. 비지니스커플얘긴 또 뭐야. 난 왜 처음듣지. 황당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테이블로 돌아가자 민기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쳐다보았다.


"왜?"


"저여자가 뭐래?"


"봤어? 별거 아냐 전화번호 주고 가더라. 우리 알던데? 학교 근처래"


"흐음..그래서 받으셧다?"


" 주머니에 꼽고 가버렸어"


"내가 안물어봤으면 그종이 들고 갔겠다..?"


"큽..흠흠 폭죽놀이 하러 나갈까?"


"말돌리냐?"


"가자~!"



뚱해있는 민기를 거의 끌고 나오다 싶이 하여 폭죽을 잔뜩 사서 모래사장으로 올라갔다. 여러개를 꼽아놓고 불을 붙여 펑펑 쏘아져 올리는걸 보더니 기분이 풀렸는지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그모습이 너무 예뻐서 뒤에서 몰래 사진을 찍었다. 배경사진으로 지정하면서 폭죽파는 노점상으로 가 남아있던 폭죽을 전부 다 사서 민기에게 가져다 주었다.





"오늘 밤새도록 하고싶은만큼 다해"


"헐......야! 이걸 다사오면 다른사람들은 못하잖아!"


"또 들고 나와서 파시겟지. 너나 하고싶은 만큼 해"


"그런가? 그래~ 이거 다섯개 한번에 할래!"



많아진 폭죽에 민기는 지겨워질때까지 터트리고 또 터트렸다. 폭죽놀이가 지겨워질때까지 하다보니 어느새 한밤중이였다. 속초의 바닷가는 조명하나 없이 깜깜했다. 그나마 가까이에 있던 카페 앞 가로등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아니였다면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것 같다. 폭죽놀이가 드디어 지겨워진 민기는 앉아서 구경하던 내게 다가와 손을 뻗었다.



"일어나! 나 인제 힘들어 들어 가자"



내게 쭉 뻗어낸 손을 잡아 당겨 끌어 안았다. 셔츠 속으로 손을 밀어 넣으며 목덜미에 입술을 묻자 정색을 하며 밀어 냈다.


"야..아무리 어두워도 여기 밖이거든? 정신 차리시지! 안치우냐. 니가 나야? 정줄 잡아"


"이대로 들어가기 싫은데"


"그럼 뭐 이 깜깜한 바닷가에서 뭐하자고? 손잡고 산책이라도 하시게?"


"오..최민기 똑똑하네. 하자 산책 "


"뭐??진짜??야! 지금 깜깜해서 암것도 안보여!!"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욕망을 가라 앉히기 위해 산책을 택했다. 그대로 돌아갔다가는 차안에서라도 덥칠것만 같았다. 파도소리만 귀를 울리는 깜깜한 밤산책은 생각외로 좋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맞잡은 손에 의지하여 걷는 산책은 발걸음이 즐거웠고 파도소리에 귀가 즐거웠다. 


이름도 모르는 해변을 멀리서 뻗어나오는 가로등불에 의존하여 한바퀴 산책하고 나자 기분이 상쾌해졌다. 여전히 맞잡고 있는 손에서 타고 올라오는 온기가 너무 좋았다. 손을 끌어다 입을 맞추고는 혼자 실성한 사람마냥 흘러나오는 웃음을 주체 못하고 있자 따듯한 온기가 입술을 덮쳐왔다.


조심스레 다가온 온기는 첫인사마냥 수줍었다. 살짝 벌려진 입속으로 말캉한 기운이 딸려 들어왔다.

부끄러운듯 입속을 휘젓고 도망나가는 부드러운 혀를 쫒아 들어갔다. 마주 닿아 습한 소리를 내는 입술 사이에 젖어 드는 촉감때문에 머리속에 폭죽이 터질것만 같았다. 


마주잡은 손, 맞닿아 서로의 온기를 찾아 헤매는 입술, 가빠지며 잦아지는 숨소리, 소금기 섞인 바다바람과 섞인 익숙한 달콤한 향내. 


심장을 마주 내어주듯 따듯한 촉감이 입속을 훓고 지나갈때마다 마주잡은 손이 저릿 거렸다. 

가빠지는 숨을 몰아쉬며 입술위에서 온기가 물러가자 아쉬움에 잡고있던 손을 끌어 당겨 입을 맞추었다.

까만 어둠사이에서도 반짝이는 눈동자 위에 입을 맞추자 잡고 있던 손을 힘주어 잡아왔다.



"김종현아 나도 도망갈 마지막 기회를 줄게"


"........................"


"도망갈거면 지금 가야해. 안그러면 이제 못가. 알지? 나 집착하기 시작하면 나도 못멈춰"


"응. 알아"




맞잡고 있는 손끝이 떨리고 있는듯한건 착각일까 진짜 일까. 한음절 한음절 말하는 목소리에도 묻어 있는 작은 떨림도 착각일까?




"손 놓지마"


"응"


"내가 놓으라고 해도 놓지마"


"응"


"내가 울어도. 네가 놓고 싶어져도. 그래도 놓지마. 꼭 붙들고 있어야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마.절대 후회하지마."


"응"


"약속해"


"손안놔. 내감정 알게 되고 고민했어 충분히. 결정했고 그래서 여기있는거야. 기다리겟다고 마음먹었었는데. 기다림이 길지 않았네. 후회안해. 네가 놓으라 해도 안놓을게. 겁 먹지마. 불안하게 안할게. 약속할게"





바르르 떨리던 손끝이 멈추었다. 민기는 머리를 내어깨에 기대어 오며 작은 숨을 토해내었다.






"이런거 정말이지 성격에 안맞아"


"응 두번 안하게 할게"





민기는 내손을 고쳐잡고 다시 걷기시작했다.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산책은 늦도록 계속 되었다. 마주잡은 두손의 온기만큼은 내려가지 않는 밤이였다.







by.렌제이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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