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맥주를 챙기러 콘도 안으로 들어갔을때만해도 밖에 야외 테이블과 잔디 위 등등 5개 정도의 팀으로 나뉘어져 있던 사람들이 모두 민기 주변에 모여 있었다.


놀라 뛰어간 자리엔 남자 선배 둘이 주먹다짐을 하며 싸우고 있었고 여자선배 한명은 그만하라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몇몇은 그상황을 구경하고 있었고 또 몇명은 싸우는 두 남자 선배를 말려 보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가운데 민기는 정말 짜증난 얼굴로 난투극을 벌이는 두선배를 바라 보다 소리지르는 여자 선배를 한번 쳐다 보며 한숨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선배님들 구경하실때가 아니잖아요. 저선배들 빨리 말려요! 민기 넌 이리와"


"너 이새끼!! 이리오지 못해! 선배알기를 똥으로 아냐! 어!너 내가 가만 안둘거야!"


"선배님 내일 정신 차리고 얘기하시죠."



화를 내며 패악을 부리는 3학년 선배는 몸싸움으로 얼굴은 멍투성이에 피가 나고 있었고 술을 많이 마신건지 화가 나서 열이 오른건지 얼굴은 터질듯이 벌개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 부축을 받으며 건물안으로 들어가는걸 보고는 같이 몸싸움을 벌이던 2학년 선배에게 다가갔다. 이쪽도 역시나 얼굴이 엉망 진창.

황민현에게 전화를 걸어 내려오라고 한뒤 민기를 방으로 먼저 보내고는 내가 갈때까지 아무도 문열어 주지말라고 당부를 해두었다.

다들 다시 각자들 술자리를 찾아 흩어지자 나는 남아 있던 여경선배를 잡고 상황을 물었다.



"선배 무슨일인지 얘기좀 해주실수 있어요?"


"너가 민기 두고 들어가자마자 태철 선배가 다가가더라고. 자기 3학년 선배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자 했는데. 민기가 웃으면서 죄송하다고 체해서 술을 먹을수가 없다 그렇게 거절을 했단 말야. 근데 둘이 대화한걸 들었다면서 동기랑은 술을 먹고 선배랑은 늙다리라 같이 안놀아 주는거냐고 사람 차별하냐며 애를 갈구기 시작한거지. 민기 얘가 웃으면서 계속 좋게 거절하니까 그러면 안마셔도 좋으니까 와서 술이나 따르라고. 이쁜애가 따라주는 술을 먹어야 겟다고. 기생 끼고 술먹던 선비들 기분좀 느껴보자고 할말 못할말 뱉어내니까. 민기가 도망가려는데 붙잡고 시비가 걸린거야. 그걸 본 은형이가 선배님 그만 하시라고 말리다가 태철선배가 넌 니 여친이나 기생삼아 끼고 마시라고 자기일에 끼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금새 싸움으로 번졌어."



"하...하..뭐라고 할말이 없네요. 은형선배는 괜찮은거에요?"



"얻어맞은거보다 때린게 더 많으니까 괜찮겟지. 근데 종현아 그게 문제가 아니고 저선배 평소 행실봐서 그냥 안넘어 갈거야. 작년에도 저래서 동기들 아주 질렸었어. 시비 안털리게 민기 잘 숨켜놔라. 올해 오티는 제발 조용히좀 넘어 가자."


"네. 신경쓸게요 올라가세요 선배님."





얼추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콘도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여전히 술마시는 방과 뻣은 사람들이 이쪽 저쪽방으로 나뉘어 잠들어 있었다. 그냥 방으로 올라갈까.. 하다가 혹시나 싶어서 술과 안주거릴 챙겨서 민기가 묵는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를 타자 전화가 울렸다.황민현이였다. 소식이 없자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디야?"


"어 나 엘리베이터 탔어. 금방 올라갈게"



통화하며 문득 닫히는 문사이로 태철선배가 지나가는걸 본것 같았다. 설마 햇지만 뭘 어찌 할수 있는 것도 아니여서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 보니 황민현은 걱정되는 얼굴로 나를 맞아 주었고 민기는 알수 없는 표정으로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내일 출발할 때까지는 민기 넌 그냥 방에 있는게 좋을거 같아 나랑. 민현이 니가 내일 애들 사람들 모아서 먼저 출발해줘. 난 얘랑 따로 출발할게."


"알았어 그건 걱정 하지마. 근데 오늘 여기서 혼자 재워도 되겠어?"


"아니 나도 여기서 잘거야 .짐도 여기다 가져다 놨어"


"앗 뭐야 둘이서 뭐할라고!  나도 껴줘 나도~~나도 여기서 잘거야~"


"여기 퀸베드 달랑 하나 있는 방인데 어디서 자게? 설마 셋이 꼭붙어 자자는건 아니지?"


"좋아 좋아~ 난 잘수 있어~"



그때까지도 조용히 창밖만 쳐다보던 민기가 조용히 황민현에게 한마디 했다.




"나 잘때 다 벗고 자는데?"




뻔뻔하게 깐죽거리던 황민현은 민기의 한마디에 조용히 미소를 짓더니 내려가 보겟다며 잘자라고 인사했다. 민현이 방에서 나가고 혹시나 싶어서 보조키까지 걸어 잠궈 뒀다.


"괜찮아?"


당연히 안괜찮겠지만 뭐라고 물어봐야할지 참 난감했다. 민기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과연 차분한건지 삭히고 있는건지는 모르겟지만.

대답을 듣고자 한건 아니였지만 역시나 대답할 생각도 없었는지 민기는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 소리가 들리자 혼자 방에 덩그러니 남겨져 뭘 해야할지 모르겟어 졌다. 짐을 좀 정리하고는 테이블 위에 술과 안주를 꺼내 세팅해 두었다.

씻고 나온 민기에게 맥주를 권했다. 대답없이 테이블로 다가와 앉았다.





"나도 씻고 마시련다. 마시고 있어"


"어"






다 씻고 나오자 테이블 위엔 빈 맥주 캔만 세개가 굴러다니고 있었고 민기는 네번째 캔을 마시며 티비를 보고있었다.



"내일 일찍 나갈거야. 적당히 마셔"



약간 미지근해진 맥주를 한모금 삼켰을때 였다.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대답없이 계속되는 노크. 문을 열지 않자 노크소리는 이내 격해졌고 분에 찬듯 발길질이 이어졌다.



[안에 있는거 모를줄 알아!! 문열어!!!선배님이 말좀 하자는데!!문걸어잠그고 뭐하는거야!!]



최태철 선배였다. 아무래도 엘리베이터를 탈때 본게 맞았나보다. 쫒아 올라온듯했다. 그대로 두었다간 밤새도록 저럴것이 뻔했다.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고 조용히 전화기를 들어 프론트를 연결했다.




"신관 4125혼 대요. 밖에 취객이 발로 문을 차고 고성을 지르네요. 경찰을 불러주시던지 조취를 취해 주셧으면 해서요.네.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다시 자리에 앉아 맥주 캔을 집어 들자 민기가 날 빤히 바라 보았다.


"왜?"


민기는 대답없이 한번 픽 웃고는 내 맥주캔에 가볍게 건배를 했다. 10여분쯤 시끄러움에 시달렸을까.

밖에서 놓으라며 악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조용해 졌다. 이미 시간은 늦은밤을 지나고 있었다.

사방이 조용해지자 민기는 계속됐던 침묵을 깨고 나지막히 혼잣말을 했다.


"이래서 안올려던 거였어. 왜 항상 시끄러워 질까.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까. 역시나 사정이 있던게 맞았다. 억지로 끌고 온듯 싶어서 미안해 졌다. 이상황에서 내가 무슨말을 한다고 기분이 좋아질까 싶어 그냥 아무말 없이 민기의 어깨를 토닥여 주곤 탈탈 털어 마신 맥주 캔을 치우곤 침대 위로 올라가자 민기도 따라 올라왔다. 기나긴 하루가 끝나는가 했다.






잠들고 얼마나 지났을까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민기가 이불을 돌돌 말은채 앓고 있었다. 아픈건가 싶어서 이름을 불러 깨우자 민기는 악몽을 꿧다고 했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할지 경험해 보지 못한 지라 뭘 해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본인에게 물어봤다.



"필요한거 있어? 어떻게 해줄까?"



그날밤 나는 마치 지금처럼 그 넓은 방안에서 민기에게 딱붙어 밤새도록 팔 한쪽을 내어주고 불편한 자세로 똑바로 누워서 꼼짝도 못하고 잠들어야만 했다. 나도 옆으로 누워 자는데 말이다. 그와중에 어떤식으로든 사람들한테 시달린게 얼마나 스트레스였으면 이러나 싶어졌다. 항상 모든 관심을 받고 산다는게 쉽지는 않겠구나 예상은 가지만 그건 최민기에게 있어 꽤나 큰 스트레스였던듯 싶다. 


그와중에 난 앞으로는 뭐든 최민기의 의견을 가장 먼저 들어주어야 겟다 생각햇다. 최교수님이 뭘로 꼬시던 민기의 의견을 꼭 묻고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귀찮게 하지 말아야 겟다 그리 다짐했던것 같다. 


그때 이후로 팔을 내어준게 오늘이 처음이던가 아니던가 생각하며 시계를 찾았다. 민기는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역시 부족한 잠으로 정신이 몽롱했기에 반 졸린 상태로 그저 자는 민기를 가만 바라 보았다. 단정한 검은색 머리칼.엷은 눈매. 오똑한 콧날. 선이 예쁜 입술까지 참 잘생겻네 곱긴 고와. 그렇게 자는 민기를 구경하다가 문득 시선이 하얗고 뽀얀 목덜미에 머물렀다. 얘는 안예쁜 구석이 없네. 음? 얘 원래 목에 점이 있었던가? 왜 처음보는거 같지. 작아서 눈에 잘 안띄긴 하네..몽롱한 정신에 의식의 흐름대로 시야는 민기의 목덜미로 향했고 이성이 없는 손은 어느 순간 내의지와는 상관없이 민기의 목덜미를 훓고 있었다. 그걸 깨닳은건 잠에선 깬 민기가 간지럽다며 칭얼 거리며 손을 떼내었을 때였다.




"아 졸려..간지러어 귀찮게 하지뫄........"



웅얼웅얼 거리며 품으로 파고들어 껴안기고는 다시 잠들어 버린 민기를 바라보며 나는 잠이 확 깻다.

내가 지금 뭘한거지? 얘 목은 왜 더듬은거야. 얜 또 잠버릇이 왜이래. 불편한 자세로 안겨온 민기의 몸을 떼어내야 할것만 같았지만 어쩐지 품속으로 파고들어오는 체온이 싫지가 않았다. 조심스레 팔을 빼내어 누워있던 자세를 옆으로 고쳐 눕고는 민기의 머리를 들어 팔베게를 해주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지금 뭘하는건가 싶었다. 이래도 되는건가 왜 몸과 정신이 따로 노나 싶은 복잡한 마음은 이내 내허리를 끌어 안으며 더 가까이 다가와 고른숨을 내뱉으며 잠든 동그란 머리를 바라보며 서서히 사라졌다. 






어느새 다시 잠들었는지 다시 눈을 떳을땐 점심때도 지난 한낮이였다. 난 여전히 민기에게 팔베게를 해주고 있었고 민기는 언제 깻는지 내얼굴을 빤히 쳐다 보고있었다.




"왜"



뭔가 이상하게 다정한 상황에 혼자 괜시리 민망해졌다. 부끄러운 마음에 물음은 퉁명 스러웠다. 돌아온 대답에 얼굴이 빨개질뻔 했지만.




"잘생겨서"



뻔뻔하게도 잘생겨서 한마디를 내뱉고는 민기는 긴 하품을 하며 씻으러 들어갔다. 욕실로 사라지는 최민기의 뒷모습을 보면서 난 이상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이거..뭐지? 왜 저말에 가슴에 몽글몽글 거품이 일어나는것 같을까?









by. 렌제이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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