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이삿날 이라고 한다면 짜장면이란 명제가 자연스레 따라붙는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많지 않을것이다. 취향의 호불호를 떠나 바쁜 그날 빨리 배달받아 간편히 먹고 일을 해야하므로 최적화 되었다 할수 있겠다. 그래서 많이들 찾는게 아닐까. 아 물론 이건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란 얘기다. 최민기 말고. 


이삿짐 박스를 모조리 파헤쳐 놓고 뭐가 들었나 구경하던 민기는 부엌살림을 담아두었던 박스를 파헤치며 말했다.



" 배고파."


"..........."


"쫑아 나 배고프다니까?"


"니네집 가서 먹어. 지금 바쁜거 안보여. 하물며 나가서 문만 열면 니네 집이거든?"


"우리집엔 냄비가 없단말야 이새냄비를 보자마자 난 깨닳았어. 나 짜파게티 먹고싶은것 같아 짜파게티 끓여줘"


"아직 가스 안들어온다. 니네집 가서 끓여먹어"


"아..안돼 남이 끓여주는걸 먹고싶단말야. 해줘 해줘 짜파게티 끓여줘.응?응?종현아아-"


"가스불도 안들어오는데 그걸 어떻게 끓여. 밥 주문해줄게 다른거 먹어"


"아 시러 짜파게티이이이이. 김종현이 끓인 짜파게티!!"




아..저걸 한대만 콱 쥐어 박았으면 속이 다 후련할것만 같다. 이사들어온날 이삿짐 정리하고 있는 집주인에게 짜장면을 사달라는것도 아니고 짜파게티를 끓여서 달라는건 무슨 심보냐. 아니 애초에 짜파게티랑 짜장면의 차이는 뭐야? 짜장면은 못먹는애가 왜 짜파게티엔 목을매는거야.




"우리 민기~~~~짜파게티가 안된답니다~~내가 짜장면 시켜줄게~~나랑 한그릇 할까?응? 시킬까? 종현이 넌 뭐??"


"시키지마 민기 짜장면 못먹어 다른거 시켜야해 그리고 너 그말투좀 어떻게 안되냐..진짜 비호감이다"


"으하하하 또~또 나의 귀여움에 껌벅 하셧구만. 그래 근데 우리 민기 왜 짜장면을 못먹어 응? 얼마나 맛있는데~"




남의 이삿날 도와주겠다고 와선 아무 도움이 안되고 시끄럽기만 한 황민현.

애초에 도울생각조차 없이 짜파게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최민기..아..제발 둘다 나가 줬음 좋겟다.

전단지를 뒤적이면서도 저둘을 어찌 내보낼까 고민하다가 민기에게 물었다.


"치킨 족발 ?"


"족발~근데 족발말고 짜파게티이이이이"


"내일 가스 들어오면 . 여보세요 여기 뉴이스트 빌리지703혼데요 "



통화 목소리 너머로 짜파게티가 없다고 징징거림이 심해진 민기의 목소리와 그런민기가 귀엽다며 민기에게 치근덕 거리느라 혀짧은 소리를 내는 황민현을 보고있자니 한숨이 푹 나왔다. 아..제발 둘다 좀 가줬으면.... 주문을 마치고 둘이 노는걸 가만 쳐다 보며 다짐했다. 밥만먹이고 나면 최대한 빨리 쫒아내리라.

조용히 나의 싱글라이프를 즐기며 짐을 정리하리라 생각했다.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러고보니 민기가 짜장면을 왜안먹었더라..짜장면을 먹고 체한 그때부턴가?





아마도 최교수님이 민기를 나에게 부탁하고 난 다음 날이였을거다. 전날의 반응을 보아하니 정말 데릴러가면 환영은 커녕 문전박대가 뻔해서 갈까 말까 조금 고민을 한건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문앞에 나타난 나를 보고 울컥해서 방방뜰 최민기를 상상하니 재밌을거 같아 무조건 가야겟구나 마음먹어 졌다. 조금 일찍 교수님이 적어준 민기의 자취방으로 향햇다.



뉴이스트 빌리지 702호. 비밀번호1103. 

문 안열어 줄겁니다. 문열고 들어가서 챙겨나와야 할거에요.

                                                     



역시나 메모지에 적힌대로 702호의 벨을 누르자 반응이 없다.  혹시나 싶어 똑똑 노크를 했지만 역시나 별다른 반응이 없다. 이래서 비번을 적어주셧나. 이걸 진짜 누르고 들어가야하나 약 천번쯤 고민한듯 했다. 



어쨋든 약속은 약속이니까.

적극적으로 밀어 붙이면 따라오려나 싶다가도 날 더이상한 애로  생각하는건 아닐까.(어제의 반응을 보면 날 미친놈 정도로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하는 고민들로 시간이 지체됐다.


그사이 시간은 자꾸만 가서 서두르면  강의실에 세이프 할수 있을거 같은데 이걸 열고 들어가 말아? 고민하다가 결국 비번을 받은걸 알고 있으니 큰문제야 생기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비밀번호를 조심스레 눌렀다.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에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었고 난 바로 후회해야 했다. 올누드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 민기와 마주칠거라곤 상상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순간의 정적.






"으아아악!!!!!이 ...이 미친놈아 문닫아!!!!!!!!!!!!!!"


"아..  미 미안해!"


먼저 정신을 차린건 민기였다. 재빨리 현관문을 닫았고 안에선 분노의 괴성이 울려퍼졌다.



"들어오지마!!!!"



빽 질러지는 괴성 뒤로 보조잠금장치를 잠그는 소리까지 들리고 나서야 주변은 조용해졌다. 숨을 크게한번 내려쉬자 정신이 돌아오는듯 했다. 정신이 드니 잠시 전 보았던 광경이 다시금 떠올랐다. 


젖은 흑발과 흰살결. 길게 뻣은 팔다리와 아...음.....그래 여기까지............내가 지금 대체 뭘 본거야....

이전에 성인 남성의 나체를 자세히 볼일이 뭐가 있었겟는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해서 금새 잊혀질만한 광경은 아니였다. 같은 남잔데 이상하게도 변태가 된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만은 어쩔수가 없었다. 이내 민망해진 머리속을 정리하고 마음대로 문을 오픈한것 만큼은 사과를 해야겟다고 다짐햇다.


금새 나올줄 알았던 최민기의 얼굴을 다시 볼수 있었던건 30분도 더 지나서였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내가 보이니 다시 울컥 햇는지 째려보더니 문이 부셔져라 세게 닫고는 아는체도 안하고 먼저 걸어나갔다.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뒷모습에서 열에 치인 분노가 보였다. 그모습이 또 당근 뺏긴 토끼같아서 웃음을 참아가며 졸졸 쫒아가자니 약이 올랐는지 멈춰서선 말그대로 미친놈처럼 쏴붙이기 시작했다.



"너 변태야?싸이코야?내가 어제 아는척 하지 말라고 그랬지!!! 집엔 왜찾아와? 문은 왜열어??? 삼촌이 주소랑 비번을 줬다지만!!! 진짜 찾아와??? 벨도 안누르고!!!! 노크도 없이!!!!! 왜 허락도 없이 문을열어!!!!"


"미안-"


"반응이 없으면!!!!!그냥 가야지 왜 문은 열고 들어오는거야?!?!?"


"미안-"



사과 말고는 할것이 없어 순수하게 사과만 했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일 아니겠는가. 삼촌의 부탁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본인이 원하지 않은 상황. 프라이버시가 침해 당하는걸 좋아할 사람은 없을테니 내가 그자리에서 할수 있는건 정말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거 말곤 없었다.


계속된 사과에 조금 누그러진듯한 최민기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 한번 더 째려보곤 학교 쪽으로 걸어갔다. 강의는 물건너 갔고,시계를 보자 이미 점심시간에 가까웠다.

사과도 할겸 오후에 있는 교양강의도 들어야 하니 밥을먹자고 꼬셨다. 듣는척도 안하는 최민기 옆에서 사람좋은 미소를 보이며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했다. 몇번인지 세지도 못할만큼 사과를 하고 나자 조금은 누그러져 보이는 얼굴로 짜장면을 먹을 거라고 했다. 


학교 근처에  중국집으로 데리고 갔다. 짜장면을 앞에두고 마주 앉은 민기를 가만 쳐다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얘랑 이렇게 마주 앉아 밥을 먹게 될줄이야. 문득 처음 최민기를 본날 다시 볼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던게 생각났다. 사람인연은 모르는 일이라더니.

내가 계속해서 웃는 낯으로 쳐다 보자 잘먹다 말고 이상하다는듯이 날 쳐다봤다.





"너...."


"응?"


"...........사람을 보고 왜 그렇게 웃어?........"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음? 왜? 내가 웃는게 뭐 이상했어?"


"약올리는 것처럼 웃잖아. 눈은 반만 뜨고 입꼬리는 한쪽만 올라가 "


"그래? 그렇게 웃는지 몰랐는데 하핫 무슨 표정이지? 나도 궁금하네."


"지금 나 짜장면 먹는걸 보면서도 그랬고 어제 삼촌말 잘들으라고 할때도 그랬고 작년에 축제서 처음 봤을때도 그랬어. 눈마주치니까 입꼬리 한쪽만 올려선 눈은 왜 반감겨서 봐?......."


"아하하 무슨 표정인지는 모르겟지만 기분 나빳으면 미안해. 화내지 말고 어서 먹어 불겟다"



다시 분노의 기미가 보여서 서둘러 달랬다. 울컥한건 맞는지 날 한번 째려보고 다시 짜장면에 집중하는 최민기를 힐끔 바라 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근데  작년에 처음 본건 어떻게 기억하는 거야? 기억력 좋다 "


"커억...쿨럭 쿨럭 켁켁"






민기는 그날 먹은 짜장면이 체했고 다음날까지도 꼬박 굶었다. 그리고 그뒤론 짜장면은 말도 못꺼내게 한다. 근데 잘먹다 왜 그랬지?










by. 렌제이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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