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났다고 해서 그아이와 나사이에 무언가 있었던건 아니였다. 같은 연영과였지만 한두사람도 아니고 그 아이가 날 기억할리는 없을테니 나혼자 아 쟤 그때 그 왕자병 걔네? 하긴 저얼굴에 예술고를 다녔으니 평범한 삶을 살진 않겟지. 연예계를 생각하고 있었다면 언젠가는 마주칠만 햇겠구나. 여전히 예쁘고 잘생겻고 여전히 사람들 시선속에 사는구나. 저얼굴로는 당연히 연예인 하겟네 등등의 쓸데없는 생각들을 끝으로 다른 일체의 접점 없이 신입생답게 바쁘게 하루하루가 흘러 갔다.



3월이 지나가면서 왠지 내가 과대를 맡는게 기정사실처럼 굳어졌다. 차분하고 일을 잘처리 할거같다는 3학년 과대형의 추천 아닌 추천 때문이였는데..난 그저 낯을 가리느라 말을 아끼고 고른 것 뿐인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핑계거리도 딱히 없었기에 한번해보지 뭐 하는 맘에 오케이하자 첫번째 미션이 주어졌다. 신입생O.T..

다시생각해도 이가 갈린다.


신입생 전부를 참석시키라는 얼굴도 모르는 선배들의 성화와 명단까지 쥐어주며 빠지면 보복이 있을거라는 과대선배들을 보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파악이 되질 않았다. 결국 이문제는 정보에 빠삭한 황민현 덕에 해결할 수 있었다. 이번 신입생 중에 아역배우 출신의 남녀 신입생이 나란히 있었고 선배들의 모든 관심은 거기에 쏠려 있었다. 여자신입생은 이런데 관심이 없는 나도 알고 있는 김해진 이였고 남자 신입생은 최민기라고 햇다. 최민기가 누구야?라는 내 질문에 황민현은 세상에 이런 멍청이를 보았나 라는 표정으로 1년전 축제에서 보았던 그 미소년이 라는것과 어릴때 잠시 잠깐 아역배우를 햇다는 정보를 들려주었다.

황민현은 이런 정보를 대체 어디서 알아오는 걸까. 차라리 얘가 과대를 했어야 햇나 하는 자잘한 생각들이 스치고 있을때 눈앞에 최민기가 스쳐지나갔다. 기회다! 싶었던 나는 스쳐지나가는 최민기의 팔을 가볍게 잡아채며 말을 걸었다.


“저기 잠깐만!”


“..?”


“최민기 맞지?”


“....그런..데?”


너무 저돌적 이였나 보다. 경계하는 모습을 보자 아차 싶었다. 쟨 지금 내가 누군지도 모를텐데. 하루종일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시달리는 바람에 난 눈앞에 나타난 먹이를 채가는 독수리 마냥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둘중 한명이라도 확답을 받아놓는다면 오늘 남은 하루가 편안 할것만 같았다.

그 생각만으로 너무 앞뒤 없이 달려들었는지 언제나 마주칠 때 마다 보았던 웃고 다니던 얼굴엔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아 미안해. 갑자기 잡아서 놀랐지? 난 너랑 같은 연영과 김종현이라고 해 .1학년 과대를 맡았고.”


“...........”



그가 가만히 나를 쳐다 보는걸 마주 바라보며 가까이서 보니 더 이쁘게 생겻네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갈무리하곤 마저 말을 이었다.




“신입생 O.T 때문에. 이번 주말에 1박2일로 가는데 넌 아직 참석여부를 못들어서. 단톡에도 답이 없고. 언제 마주칠지 몰라서 급하게 잡았어. 놀랬다면 사과할게.”


“.....................”



이렇다 저렇다 대답을 좀 해줬으면 참 좋으련만 최민기는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만 할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한참을 그대로 대치 아닌 대치상태로 버티다 최민기는 한숨을 작게 쉬곤 대답했다.


“불참”


자기 할말만 하고는 다시 쌩하니 제 갈길 가버리는 최민기의 뒷통수만을 쳐다보고 어째야 하나. 고민하고 있자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황민현이 내어깨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김종혀니~연영과 새내기 인기스타 김종혀니가~차였어 차였어~한방에 차였어~우리과 민기요정님 엄청 친절하던데 ~넌 차였어~응~?어뜨케~?왜 차였어?~“


그모습을 가만히 쳐다 보던 나는 깐죽거리는 황민현의 뒷통수에서 퍽소리가 나게끔 스매싱을 날리고는 뒤에서 아파 죽겟다며 오버하는 황민현을 버리고 본관 건물로 향했다.

최민기가 실패니 김해진이라도 잡아야 한다.




“어머..어쩌지? 나 내일부터 해외 로케 촬영가 한달동안. 드라마 시작 했거든.그래서 오늘 일정 전달 할겸 교수님 뵈러 나온거거든. 한달뒤에 수업들으러 나올거니까 그때 보자 안녕!”





다들 나한테 왜이러냐 진짜.........

요즘 유행은 자기 할말만 하고 사라지는 건가 싶을 정도로 김해진도 상큼한 얼굴로 자기 할말만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아..이거 선배들한테 완전 달달 볶일 각인데. 어쩌나 볶여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김종현 학생이죠?]


“네 그런대요”


[나 최설록 교수에요. 잠깐 볼수 있을까요?]


“네? 아..네 어디로 갈까요?”


[내방에서 봤으면 좋겠는데 해움관 4층 408호에요]


“근처니까 금방 가겟습니다.”


[그래요.기다릴게요]



혹시나 하긴 했다. 과대를 맡으면 최교수님과 친해질수 있지 않을까..하고..

이렇게 이삼일 안에 바로 연락받을 일이 있을줄이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입가에 배실배실 새는 웃음을 꾹 참으며 전화번호를 저장하며 교수님 방으로 향햇다.

그리고 교수님 방 앞에서 나한테만 안 친절한 민기요정님(황민현의 말에 의하면)을 다시 만났다. 그도 교수님 방에 볼일이 있었던 것인지 한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 두잔을 들고 다른손에는 보기만해도 달아 보이는 스무디 한잔을 들고 말이다.

두손이 바쁜거 같아 대신 노크하고 문을 열때까지 가만 기다리던 최민기는 문이 열리자 마자 본인이 먼저 쑥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는 쇼파 테이블 위에 탕 소리가 날것만 같은 세기로 커피를 던지다 싶이 했다.



“자꾸 귀찮게 할거야? 왜 나더러 커피를 사와라 마라 하는거야? 또 전화해서 귀찬게 해봐. 전화 차단해 버릴거야. 잠수탈거야 잠수타기전에 또라이짓해서 개쪽주고 잠수탈거야.”




쟤가..지금 교수님 앞에서 뭘하는건가... 미쳤나..?싶었다. 그런데 최교수님의 반응은 의외로 너무 차분했다. 항상 있는 일인 것 처럼.




“학교에선 교수님이라고 부르라니까. 그리고 이렇게라도 안부르면 얼굴을 볼수가 있어야 말이지. 수업은 왜 자꾸 빠져? 재수강 하고 싶냐”



“나한테 까지 교수소리 듣고 싶어? 수업을 듣던가 말던가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햇잖아. 왜 계속 참견이야 내가 애야? 20살 되면 내버려 둔다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나는 우선 아직까지도 열려있는 교수님 방문을 조용히 닫았다.

방문을 닫는 소리에 두사람의 시선이 몰렸다.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다행히도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라고 말하자 최교수님은 빵터졌고 최민기는 나를 마치 미친놈 보듯 보았다.



“사람 불러놓고 내가 잘못했네. 아하하하하 앉아요 종현군. 민기 너도 잠깐 앉아.”



할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단 표정 이였지만 내가 있는게 신경이 쓰였던 건지 최민기는 조용히

내 옆자리 자리했다. 자리에앉자 최민기가 사온 커피를 내앞에 놓아주며 시덥지 않은 인사치레를 하던 최교수님과 비록 옆자리라 얼굴은 안보이지만 점점 인내심이 바닥나 가는 것 같은 최민기의 오오라에 내가 먼저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저..교수님 이제 부르신 이유를 알려 주셨으면 하는데요..”


“아하하하하하. 종현군 참 성격 시원시원 하니 좋네요. 자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네. 말씀 하세요”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종현군의 대학생활에 큰 도움이 되게 내가 손 써줄 것도 분명하구요.”



뭔가 나에게 매우 귀찮고 부당한 부탁을 하려는 구나 감이 왔다. 아직 듣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거절을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며 최교수님을 계속 응시했다.



“사적인 관계가 있으리라 눈치 챗는지 모르겟지만 옆에 앉은 최민기 군은 제 친조카입니다. 어쩌다 보니 같은 학교 내에서 교수와 학생의 입장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신입생 녀석이 한달밖에 안되었는데 벌써부터 출석이 개판이여서 말이에요”




“삼촌이 그걸 왜 참견해?”




울컥한 목소리로 최민기가 끼어들었다. 이야기 흐름이 끊기는게 싫었던 나는 우선 교수님 얘기부터 듣자는 의미로 최민기의 무릎을 톡톡 도닥이곤 교수님에게 마저 얘길 하시길 요청했다. 최민기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 지며 나와 자신의 무릎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그모습을 힐끔 보고는 교수님을 바라보자 최교수님은 흥미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 보며 말을 이어갔다.




“ 삼촌이 전공교수인데 수업을 안들어오네요. 아하하하하 이러다 쌍권총 차게 생겨서 걱정이 안될 수가 있어야 말이죠.”




최교수님은 짤막하게 말하고는 나를 가만 쳐다 보았다.




“음..그러니까 제게 부탁 하시려는게 최민기군의 강의 출석인가요?”




“하하하 말을 바로 바로 알아 들어주니 고맙네요. 민기는 항상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혼자 뭔가를 하는데에 어려움이 있어 해요. 그런데 제일 친한 친구랑은 대학이 갈려서 말이죠. 새친구를 사귀었으면 하는데 이녀석이 영 맘에드는 사람이 없는건지 계속 혼자 다니는데다 챙겨야 할것들도 잘 못챙겨서 걱정이 큽니다. 눈에 안보이면 모를까 같은 학교 내에 있으니 어쨌든 눈에 띄네요. 내 가족이다 보니 하하하하하”




차마..가족들이 최민기를 너무 애지중지해서 그런성격이 된거같은대요 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뭐 저러는데에도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겟지만 대부분 직계도 아닌 삼촌까지 나서서 걱정하는건 과한거 아닌가 그것도 올해 20살 성인이 된 남자조카를 걱정하는 것 치고는 어떻게 보아도 지나친데.. 혼자 고민할쯤 최교수는 숨겨둔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거 마냥 품안에서 무언가 꺼내들었다.





“자 그리고.. 이건 이번에 찍은 영화 프라이빗 시사회 티켓입니다. 내 자그마한 성의라고 생각하고 받아 주지 않겠어요?”



“부탁 하실건 최민기 군의 수업참여만 도와드리면 될까요 교수님”



내가 생각해도 부끄러울 만큼 빠른 태세전환 이였다. 최민기도 황당한 듯 시선을 주었다.

야 넌 가족이니까 상관 없겟지만 저표는 구하고 싶어도 못구하는거라고. 니가 덕후의 마음을 아냐.



“하하하하 종현군의 프로필을 보니 제 팬이라고 되있어서 사실 조금 다행 이였지 뭡니까. 내가 종현군 에게 줄수 있는게 많지 않겠어요? 하하하 자 그럼 딜을 시작해 볼까요 종현군”








by.렌제이의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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